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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의 스파이 세계] <67> 소련 간첩 통신 해독 작전 ‘베노나 프로젝트’(1)
유동열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02 00:02:59
▲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20세기 세계 각국은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정교한 스파이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이오시프 스탈린 치하의 소련만큼 스파이 활동을 국가 정책의 도구로 활용한 나라는 없었다. 
 
1920년대 후반과 1930년대에 스탈린은 소련의 정보 자산 대부분을 유럽과 아시아의 인근 목표물로 집중시켰다. 미국은 당시 스탈린의 당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1941년 12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이러한 인식은 바뀌었다.
 
스탈린은 독일과 일본이 패배하면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는 소련·미국·영국이며 이 중 가장 강력한 국가는 미국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때부터 소련의 정보기관들은 미국으로 관심을 돌렸다. 1942년 초 소련·영국·미국은 나치 독일과 그 동맹국들을 격퇴하기 위해 군사동맹을 결성했다. 소련은 영국 다음으로 미국 군사원조의 주요 수혜국이 되었다. 무려 90억 달러 이상을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았다.
 
당시 미국은 먼저 소련에 외교 인력을 확충하고 원조 협정을 원활하게 진행할 연락사무소의 설립을 요청했다. 수천 명의 소련군 장교·엔지니어·기술자가 미국에 입국해  어떤 원조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어떤 기계·무기·차량·항공기 그리고 기타 물자가 소련의 전쟁 수행에 가장 큰 도움이 될지 선정했다. 
 
미국에 도착한 소련 인력 중에는 소련의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소련군 정보국(GRU) 소속의 정보장교, 즉 스파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원조 협정 수행보다는 미국 정부기관과 과학연구소, 민간 부문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스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소련 정보기관은 포섭된 미국인 간첩 및 협조망들과 암호화된 비밀 통신문을 교신하며 원자폭탄 개발 기술 등 각종 군사·과학·정치·외교 분야의 핵심 기밀을 빼 갔다. 이의 실체가 밝혀진 것은 1943년 미국 육군 신호정보국(SNIS·암호해독부대, NSA의 전신)이 수행한 ‘베노나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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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나 프로젝트는 소련이 미국 내에 구축한 스파이들과의 암호 통신문을 해독하는 작전으로 1943년 2월1일부터 1980년 10월1일까지 37년간 진행되었다. 그 결과 소련 정보기관의 암호 통신문 약 3000건이 해독되었다. 베노나 프로젝트는 완료된 후 15년 이상 비밀로 유지되다가 1995년 7월에 공개되었는데 이때 다섯 차례에 걸쳐 약 3000건의 해독문 전체가 공개되었다.
 
▲ 1995년 미국이 공개한 베노나 프로젝트 문서 . 필자 제공
 
 
처음 베노나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암호화된 소련 전문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해독하기 어려웠다. 미국의 암호 해독 요원들은 소련이 이론상 해독 불가능한 ‘일회용 패드’ 코드를 포함한 복잡한 두 부분으로 구성된 암호 체계를 사용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베노나 암호 해독 요원들은 예리한 지적 분석과 수천 개의 암호화된 전신 전문에 대한 꼼꼼한 조사를 병행함으로써 소련의 절차적 오류를 찾아내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해독 작전을 전개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해독된 전문을 접한 당국은 경악했다. 소련과 미국 주재 소련 대사관의 전문은 외교가 아닌 간첩 행위를 지령하고 보고하는 것이었다. 1948년까지 해독된 베노나 문건은 소련이 군사· 외교적으로 중요한 거의 모든 미국 정부기관에 스파이나 협조망을 부식시켰음을 보여 주었다. 상당수의 고위 미국 정부 관리들이 의도적으로 소련 정보기관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미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극히 민감한 정보를 소련에 넘겼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1942년 이후 수백 명의 미국인(대부분 미국 공산당 당원)이 소련의 첩보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 당국은 소련 정보기관과 은밀한 관계를 맺었던 미국 시민·이민자·영주권자 349명을 식별했다. 그러나 이들 중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고, 200명가량은 가명으로 위장하여 이들을 찾는 데 실패했다. 베노나 암호 해독 요원들의 뛰어난 능력과 끈기와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부(CIA)·국가안보국(NSA)·영국 방첩 기관(MI5) 등의 공조 수사로 빛을 보게 되었다. 다음 회에서는 베노나 프로젝트를 통해 밝혀진 주요 스파이들과 이들의 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발간한 'The Venona Story'의 표지. 베노나 프로젝트로 발각된 주요 미국 스파이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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