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지식은 마치 음식을 먹어 배를 채우는 일처럼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든다. 하지만 단순히 많은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식도 배를 채우는 기능 외에 맛과 영양이 있어야 하듯, 지식도 깊이와 유익함이 더해져야 의미가 있다. 진짜 전문가란 단순히 아는 양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식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많은 이가 원하는 자리에 오르면 노력을 멈추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 사람일수록 목표에 도달한 순간 그 자리에 안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전문성은 자리를 얻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갱신되고 확장되어야 생기는 것이다.
전문 분야의 끝은 언제나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을 남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내가 쌓은 지식이 어떻게 누군가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다.
50대부터는 자신의 철학이나 이념이 고정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지식은 경직되어 있으면 죽은 지식이 된다. 젊은이들의 미숙함과 빠른 판단은 오히려 그들의 힘이자 권리다. 경험이 부족한 만큼 빠르게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란 나이를 떠나 배움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세대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지닌 사람이다.
진짜 전문가는 오픈 마인드를 지닌 사람이다. 자신의 분야만을 고집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을 수용하며 새로운 시야를 가지려 노력한다. 전문성은 좁고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넓고 깊게 동시에 확장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적인 접근은 더 풍부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지금 같은 정보기술(IT) 시대에는 단일한 지식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무한한 가능성은 무한한 조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 속에서 탄생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가능성을 향한 하나의 걸음일 뿐이다.
또한, 진짜 전문가는 일반인의 질문에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맥락과 이유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진짜 전문가의 설명은 듣자마자 이해가 되지만, 가짜 전문가의 말은 아무리 들어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해와 설득은 다르다.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철학은 전체를 유익하게 하고, 비전문가의 철학은 일부만 만족시킨다.
건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도면을 잘 그리는 것이 능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기술일 뿐이다. 기술은 철학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다. 건축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라 왜 그 형태여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과 의도다. 작업 의도 없이 만들어진 건축은 존재할 수는 있지만, 존재 이유는 없다. 진짜 전문가의 작업에는 항상 철학이 깃들어 있고, 그 철학은 삶의 태도와 직업관에서 비롯된다.
요즘처럼 전문가의 철학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에 여전히 자신의 가치관을 담아낸 소규모 건축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은 큰 위로가 된다. 배고픈 전문가가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배부른 전문가가 자신의 철학을 끝까지 지키며 살아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에서 감동을 받는다. 진짜 전문가란 시대를 초월해 자신의 앎을 사회에 환원하고, 사람을 위한 지식의 길을 걷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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