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10월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초 국방장관 회담을 총정리한 ‘한·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발표되었는데 ‘원자력협력협정과 미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범위 내 한국의 농축·재처리 지지’ ‘한국의 공격 핵잠 건조 승인'등의 표현들이 한국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핵잠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며 디젤 잠수함보다 월등한 기동성을 자랑한다. 군사적으로 핵잠은 북한 잠수함의 동태를 파악하여 필요하면 추적·격파하는 ‘헌터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한국군의 3축 체계가 한층 더 고도화함을 의미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생존성이 보장되는 제2격 응징보복력으로서 전쟁 억제와 국가 생존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전략수단이 될 수 있다.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라늄을 농축해야 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친환경적으로 처리·재활용하려면 재처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농축·재처리가 핵무기 생산 공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만류해 왔고 그 대신 ‘핵우산’ 또는 ‘확장 억제’라는 이름으로 핵보호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을 위시한 국제규범상으로는 이는 핵무기 제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허용되어야 마땅하다. 실제로 미국은 일본에 1988년부터 농축재처리 활동을 전면 허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핵잠을 만들고 농축한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면 이는 진실로 많은 이들의 숙원을 푸는 것이 된다. 원자력 종사자들은 ‘핵연료주기의 완성’으로 진정한 의미의 원자력 선진국 올라서게 되었다며 깨춤을 출 것이고, 해군은 잠수함 강국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이라며 반색할 것이다. 1990년대 초부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핵무장은 아니더라도 그 잠재력은 머금고 가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 때문에 ‘강경론자’로 매도당했던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전문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지금은 거기까지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아직 공식 합의문이 나온 것이 아니며그때까지 팩트시트에서 언급된 것처럼 ‘추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핵잠 승인’이라는 것도 미국에 진출한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핵연료는 미국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농축·재처리 지지’와 ‘핵잠 승인’를 언급한 것 자체가 70여 년 동맹 역사에서 처음인 ‘지연된 기적’이다. 물론, 여러 촉구 요인이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북핵 위협 가중, 북러 동맹 복원과 북한 해군력의 첨단화 등이 한반도발 요인이다. 미국이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안보비용 증대, 한국군의 대북 방위 주도, 한반도를 넘는 지역 차원에서의 한국의 역할 및 미 인도태평양전략 기여 확대 등을 주문하면서 자국의 비용 부담과 피흘림을 최소화하고 있음은 미국 쪽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영국·호주 안보협력(AUKUS)의 틀 내에서 호주와의 핵잠 공조를 원했던 미국의 계획이 호주의 인프라 부족과 여건 미비로 난항을 겪고 있음도 또 하나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점에 한국의 문제 제기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그럼에도 핵잠 사업 앞에는 많은 과제들이 있다. 건조 장소, 일정, 최종 목표(end state) 등을 확정하는 공식 합의가 있어야 하며 이후에도 기술 확보, 인프라 구축, 관련법 적용 또는 개정, 민원 처리 등 다양한 과제들이 매복 중이다. 승조원 모집 및 양성, 작전 운용, 사고 대비 등 핵잠 운용에 있어서 미국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절실하다. 이 사업이 한국의 많은 전략가와 원자력인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그것을 위한 첫걸음일 수 있다. 원자력 선진국과 해양 강국을 향한 위대한 서막일 수 있다. 그렇게 되도록 국민은 하나 된 마음으로 이 사업을 성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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