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가 나온 후 ‘돈로(Donald Trump+James Monroe) 독트린’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1823년 먼로 대통령이 발표한 ‘먼로 독트린’은 신생독립국 미국의 생존형 고립주의였다. 미국이 식민지 개척에 뛰어든 20C 초 시오도르 루스벨트의 대외정책은 두 번째 고립주의였다. 그러나 이번 안보전략서는 서반구에 대한 확고한 지배(NIMBY: not in my backyard)를 실제로 보여주면서 미국 국익에 부응하는 경제·안보 질서를 만드는 데 힘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즉, 먼로 독트린의 세 번째 버전인 ‘돈로 독트린’이다.
미국은 유럽에 ‘안보 무임승차 불용’을, 아시아 동맹국에게는 홀로서기와 함께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약탈적 경제 관행 시정 협조를 요구했다. 중동에게는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 지역’이라며 적대세력의 석유자원 통제를 막고 미국 이익과 직결되는 경우에만 개입하겠다고 했다. 2차 대전 종전 후 자유민주주의, 인권, 개방성, 규범에 입각한 세계질서 수호자였던 미국의 ‘야박한 변신’에 세계는 충격받았는데,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했던 한국 등은 더욱 그랬다.
미국의 새 기조의 나비효과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러시아가 동유럽은 자신의 배타적 영향권이라고 주장한다면, 또는 중국도 제1,2 도련선 안쪽을 자신의 배타적 영향권이라 주장한다면, 우크라이나는 더욱 어려워지고 대만과 한반도의 안보 불안은 증폭된다. 미국이 ‘나의 반구(my Hemisphere)’를 외치며 1월3일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 작전’을 통해 ‘전천후 동맹국’의 대통령을 체포·압송해도 중국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중국이 대만이나 한국에 대한 직간접 침략을 감행하고 “여긴 나의 세력권이므로 미국도 지켜만 봐야 한다”고 윽박지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구촌이 ‘약육강식 정글’로 회귀하더라도 한국은 안보를 꾸려나가야 하고, 한미동맹은 대체불가능한 안보의 중심축이다. 6·25 때 패망의 갈림길에 선 한국을 구해주었고 이후 수출시장을 열어줘 ‘한강의 기적’을 지원한 미국이 이제 와서 “미국이 세계를 짊어지고 가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한다고 걱정만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우선, 전후 80여 년간 이타적 패권국(altruistic hegemon)으로서의 희생적 역할로 인한 미국의 피로감을 인정하면서 미국의 신고립주의를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근공(近攻)에 둘러싸인 채 원교(遠交) 해야 하는 한국의 지정학적 운명이다.
아울러, 안보전략서에 큰 전략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 안보전략서는 러시아·중국발 안보위협을 거의 거론하지 않았으며, 중국에 대해서도 불공정 무역, 지적재산권 절취 등 경제 위협을 주로 거론했다. 북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연합방위니 확장억제는 언급도 않고, 동맹국들의 안보 책임 증대와 불공정무역 시정을 구하는 부분에서 서너 번 ‘한국’이 언급됐다.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이 신냉전 질서에서 새로운 ‘악의 축’으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 가능성, 중국과의 적대관계 관리, 이란의 체제 변화, 북한과의 대화 재개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악의 축’ 국가들의 결속을 막고 신냉전 질서를 다른 질서로 바꾸려는 큰 전략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만의 ‘희망사항’일 수도 있다. 본격화될 동맹 현대화를 둘러싼 한미 협상은 사활의 문제다. 농축·재처리, 핵 추진 잠수함은 치명적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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