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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현의 허허실실] 노동신문 읽기는 노동
강익현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1-29 00:02:55
 
▲ 前 싱가포르 대사관 공사 · 국제정치학 박사
통일부가 북한 노동신문을 특수 자료에서 일반 자료로 재분류했다. 전에는 노동신문을 읽으려면 특수 자료 취급 기관에서 신분 확인 등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올해 부터는 마음대로 읽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발행하는 당 기관지다. 북한을 이해하는데 읽어 볼 중요한 매체다. 그렇다 보니 노동신문을 처음 접할 때는 이질적인 사회주의 북한 체제와 세습 독재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약간은 설레기도 한다.
 
요즘은 모르겠으나 경제가 정상적일 때 북한 당국은 노동신문 제작에 최고급 천연 펄프 신문 용지를 수입해서 썼기 때문에 노동신문을 집어 들 때 종이 재질도 꽤 괜찮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실제 노동신문을 읽는 데는 노동이 필요하다.
 
뉴스 읽는 재미는커녕 1면부터 “경애하는 최고 지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하시었다”는 긴 수식어의 헤드라인이 속을 거북하게 만든다. 늘 대동소이하다. 중력을 거스르는 사다리꼴 헤어 스타일의 김정은 얼굴이 신문 제호 정중앙 즉, 노동신문의 ‘동’과 ‘신’자 사이에 위치한다. 예외가 없으니 강박적으로 최고 존엄의 사진을 중앙에 위치시키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신문을 반으로 접으면 당 중앙의 얼굴도 접히니까 북한 주민들은 노동신문을 3등분으로 접는다고 한다. 컬트 집단이 따로 없다.
 
북한 주민들은 직장이나 학교 등 소속된 조직에서 매일 아침 간부가 노동신문을 읽어주면 이를 경청하고 당의 방침을 새긴다고 한다. 토요일에는 각 조직구성원들이 자기 반성하는 ‘생활 총화’를 한다. 노동신문에 보도된 수령의 교시나 당의 방침을 기준 삼아 스스로 반성하는 말을 하고 상호 비판도 한다. 노동신문은 북한 주민이 하는 노동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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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날짜 지난 노동신문 파지는 장마당에서 제법 인기가 있다. 유통은 물론 불법이다. 노동신문 재질이 좋다 보니, ‘마라초(잎담배)’를 마는 종이로는 최고다. 도배지 초지로도 인기가 높다.
 
그나마 6면으로 발행되는 노동신문 중 한국 소식을 다룬 5면이 그래도 인기다. 북한 주민들에게 ‘아랫동네’ 소식을 접할 유일한 공식 창구다.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 민노총 등의 시위 소식 등 안 좋은 소식이 주종을 이룬다. 그럼에도 관련 사진이 나오면 북한 주민들은 뚫어져라 본다. 사진 속 우리 시위대의 옷차림, 손목시계, 신발, 안경 등을 보면서 남조선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짐작한다. 그렇다 보니 북한 당국도 이제는 클로즈업 샷 대신 멀리서 찍은 사진을 주로 싣는 듯하다.
 
 
노동신문 개방과 더불어 통일부는 북한 웹사이트 60여 개의 차단 해제를 추진하기로 하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협력할 계획이라 한다. 그러나 이 선전선동 덩어리를 누구 좋으라고 풀어놓는지 모르겠다.
 
통일부는 북한 바로 알기 차원에서 추진한다는데 국내 3만여 명이 넘는 탈북민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이상 북한 주민들의 삶과 사회상을 진솔하게 말해주는 매체는 없으니 이를 먼저 시청하라고 권유할 일이다.
 
▲ 북한 노동신문. 필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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