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 백령도 남서쪽 1km 지점에서 한국 해군의 초계함이 침몰, 58명은 구조되고 46명이 전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참사였다. 정부는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이 원인이었다고 발표했다.
그때 사건 원인에 대해 암초설, 금속피로설(피로파괴설), 유실기뢰설, 심지어는 조작설까지 있었다.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이기도 했던 한 사람이 암초에 의한 좌초설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었고 소송까지 벌어졌다.
한국의 21세기는 재난·참사의 시대다. 이 무자비한 비극들의 시작이 ‘천안함’ 침몰이었다. 젊은 군인들이 무참히도 희생되었으므로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어야 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는 있었다. 그러나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려는 성의는 없었다고 기억된다. 발표 그대로라면 반드시 책임을 묻는 일이 뒤따랐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최근에 21세기 한국소설의 면면들을 살펴보던 중 한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꽃을 던지다’,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작가세계, 2013)에 실려 있다. 김용희 작가는 페미니즘적 비평에서 소설로 전향한 지 15년째, ‘해랑(나남, 2014)’으로 현대불교문학상을 수상했고, 어떤 장편소설은 방송 드라마가 되기도 했다. ‘꽃을 던지다’는 『작가세계』 2010년 가을호에 게재된 단편소설이다. 천안함 참사가 난 게 2010년 3월경이었으니, 두 계절 뒤의 문학적 반응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라고 명명은 되었지만, 규명은 보잘것 없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은 언제나 졸속이다. 이런 문제를 작가는 얼마나 깊이 파헤쳐야 할까. 이탈리아 비평가 아감벤이 아우슈비츠 생존자 프리모 레비(1919.7.31.~1987.4.11.)의 자서전적 기록을 중시한 것은 진실에의 접근이 언제나 증언적 문학의 ‘최전선’임을 말해준다.
‘꽃을 던지다’는 그런 진실의 규명 문제에서는 일단 한발 물러서 있다. 한국의 문학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접근법이 될 수도 있다. 대신에 작가는 이 천안함 참사로 희생된 장병의 어머니의 ‘마음 세계’를 그려내는 것으로, 이 사태의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수행하고자 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나중에 ‘세월호’ 참사 때 많은 문학인들이 보여준 시도들과 상당히 구별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진실을 외쳤던가. 그러나 진실은 수면 아래 그냥 있다.
‘꽃을 던지다’의 작가는 희생된 한 젊은 군인이 세상에 나면서부터 어머니와 어떤 교감을 이루었던가를 그 출생에서부터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 보임으로써, 아감벤이 말한 ‘벌거벗은 생명(Nuda Vita, naked life)’의 더 깊은 ‘진실’을 드러낸다. ‘누다 비타’는 국가 권력의 보호가 박탈된, ‘비오스’로서의 생명이 박탈당한 채 ‘조에’로서만 남은 생명을 말한다. 아감벤은 사람은 나면서 자연적 생명(조에)과 정치적·법적 생명(비오스)를 부여받는다 했다.
‘꽃을 던지다’는 한 생명이 짧은 생애를 살아온 과정을 그 어머니의 시선과 감각으로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인식을 넘어선 ‘정동적’ 공감을 받게 된다. 그의 죽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이해할 수 있다. 작품 앞부분이 새로 태어난 생명을 그려낸 묘사가 몹시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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