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AI 슬롭(AI slop)’이라 불리는 저품질 AI 생성 콘텐츠가 문제로 떠올랐다. 논문의 양은 폭증했지만, 그 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부 학회에서는 AI로 작성된 논문과 리뷰의 남용을 막기 위해 활용 제한과 공개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문화 영역에서도 비슷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6월 예정인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인간 작가와 AI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주제문이 논쟁을 낳고 있다. 이런 변화는 분명 체감되지만,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래서 묻는다. “과연 바람직한가?” 하지만 지금 우리는 AI가 ‘좋은가 나쁜가’를 따질 단계가 아니다. “어떤 AI를 선택하고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해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혁신적 기술은 언제나 부작용과 함께 등장했다. 자동차가 먼지를 일으키고 매연을 배출한다 해서 주행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중요한 것은 금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활용하느냐다. 마차 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을 떠올려 보자. 과거에는 말을 타고 열흘 걸리던 거리를 지금은 고속철로 세 시간이면 도착한다.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그것을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의 인식이다
한편, AI의 긍정적 가능성은 이미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AI CEO 샘 알트만이 예견한 ‘1인 유니콘 기업’의 현실을 추적하는 ‘린 AI 리더보드(Lean AI Leaderboard)’다. 슈퍼닷컴의 공동 창업자 헨리 쉬가 집계한 이 리스트는 소수 정예로 기록적인 생산성을 달성한 기업들의 지표다. 창업 5년 이내, 50인 이하, 매출 500만 달러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한 기업만 44개에 달한다. 기술을 조직의 핵심 엔진으로 삼은 이들은, 비즈니스 성패가 더 이상 머릿수에 달려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산업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과거 기업의 성공 공식이 거대한 규모와 자본, 일사불란한 통제력에 있었다면, 이제는 단순노동의 '양'을 압도하는 '기획의 질'이 생존의 열쇠가 되고 있다. AI라는 엔진을 얼마나 정교하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시대다. 무거운 조직보다 가볍고 민첩한 구조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 AI 논란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사용할지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AI는 유용한 동반자가 될 수도 있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이미 도착한 열차다. 탑승을 망설일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어떻게 올라탈 것인가만 남았다. 불은 분명 위험하다. 그러나 인류는 그것을 피하지 않았고, 그 불로 문명을 일구었다. AI라는 불 역시 다르지 않다.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다루는 능력이 생존을 가른다. 열차는 이미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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