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인가! 파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우리를 감싸는 5월이다. 이 축복받은 환경을 오롯이 누리려고 모두 집 밖으로 나가는 계절, 우리 동네에서도 주말 축제가 열렸다. 아이들 재잘거림과 어른들의 웅성임이 집안으로 밀려 들어와 밖으로 나가보았다. 미니 바이킹, 풍선 터뜨리기, 물병 던지기 등 놀거리와 각종 푸드트럭, 그리고 가정에서 필요함직한 침구류, 패션류, 먹거리 등 꽤 골고루 구색을 갖춘 장터가 형성되었다.
유치원 다닐 정도의 아이들이 앉아 심취한 놀이가 있어 다가갔다. ‘붕어잡기’ 이다. 큰 다라이에 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새끼 붕어를 넣어두고 뜰채로 붕어를 잡는 놀이였다. 붕어를 많이 건지면 상품을 준다. 어린 붕어들이지만 얼마나 날쌘지 아이들에게 잘 잡히지 않는다. 포식자를 피하는 본능이리라. 인간 아기들이 애가 타는 동안 아기붕어들은 삶을 지키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한 아이는 갑갑했던지 붕어를 손으로 잡아 쥐고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아뿔싸! 예쁘게 키워야 할 후세에게 이런 일을 시키다니. 가슴이 철렁했다.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는 예부터 아이들의 놀이감이 되어주었다. 개울에서 송사리도 많이 잡았고 숲에서 잠자리도 포획했다. 곤충채집이 방학숙제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축제의 놀거리 일환으로 죄없는 아기붕어들을 데려다가 포식자 놀이를 시키다니, 이게 될 일인가. 아직 학교도 안 간 아이들이 이런 놀이를 한다면 커가면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어떻게 인식할까. 인간의 초기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굳이 이런 활동을 소중한 어린이에게 제공하다니.
인간은 최고 포식자가 아니다. 포식자로 살아서는 안 된다. 물론 인간이 잡식성이고 ‘남의 살’이 생존에 필요할 수 있지만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남’은 존중과 감사의 대상이어야 한다. 수렵 채집기 인류가 토테미즘 신앙을 가졌던 것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목숨을 부지해 준 동물에 대한 최소 예의의 정수다. 지구는 소중한 터전이며 지구에서 터 잡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친척’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아니, 몸소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바이오필리아’를 말한다. ‘생명애’, 즉 생명을 가진 존재에 대한 사랑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는 어린이들에게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저절로 다가가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그 증거다. 송사리 잡기나 잠자리 포획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생명에 대한 관심을 아이답게 표출하는 것이다. 생명을 가까이 두고 살펴보려는 관심이 그런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다른 생명, 즉 친척들을 해치지 않고도 그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어른들은 알려주어야 한다. 친척들과 잘 지내는 아이들이 꾸며낼 다음 세상이 풍요롭고 아름답기 위해서이다.
맹자는 “촘촘한 그물을 강에 넣지 말라”고 가르쳤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린 물고기들이 후손을 둘 수 있도록 해주어야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것은 옛 스승이 알려준 생명 존중과 어린이 보호, 그리고 성인(聖人) 되기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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