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이른바 롤러코스피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증시를 ‘오징어 게임’에 빗대며 카지노 같은 시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하루 수십조 원의 거래대금이 오가는 변동성 시장은 투자자들에게는 불안과 공포를 안겼지만 대형 증권사들에게는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거래대금은 폭증했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의 매매가 동시에 늘면서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수수료는 크게 증가했고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채권 운용까지 고르게 호조를 보이며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그 중심에 한국투자증권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2조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증권업계에서 오랫동안 ‘꿈의 숫자’로 여겨졌던 2조 원을 가장 먼저 넘어선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 9599억 원, 당기순이익 7847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불도저 CEO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김성환 대표이사가 있다.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그를 ‘불도저 CEO’라고 부른다. 시장이 형성된 뒤 따라가는 경영자가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쟁사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969년생으로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당곡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후 건국대 대학원에서 부동산금융을 공부했으며 1994년 교보생명서 커리어를 시작해 2001년 LG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2005년 한국투자증권(당시 동원증권)에 합류한 이후 기업금융(IB), 경영기획, 자산운용, 리테일 등 핵심 사업 부문을 두루 거쳤다.
그는 국내 증권업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즈니스를 정착시킨 1세대 인물로 평가받는다. 당시 은행 중심이던 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에 증권사의 자본과 구조화 금융을 접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일반적인 대출이 기업의 신용도(담보)를 보고 돈을 빌려준다면 구조화 금융은 특정 자산이나 사업(프로젝트)에서 나올 미래의 돈을 보고 별도의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대출을 실행한다.
2017년 11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받은 발행어음 사업도 마찬가지다. 단순 금융상품 판매(브로커리지)를 넘어 증권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자기자본의 최대 200%)해 기업금융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여기에 2025년 11월 국내 최초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까지 이끌며 한국투자증권의 성장 기반을 한 단계 넓혔다.
IMA는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만 할 수 있는 비즈니스다. 발행어음과 달리 발행 한도 제한이 없고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예탁 자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원스톱으로 투자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은 지정 직후인 2025년 12월 국내 1호 IMA 상품을 출시하며 업계를 선도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2022년 41조2000억 원에서 2023년 53조4000억 원, 2024년 67조7000억 원, 2025년 85조700억 원으로 매년 증가 폭을 키웠다. 연간 순증 규모도 12조2000억 원서 14조3000억 원, 다시 17조3700억 원으로 확대되며 성장세가 가팔라졌고 2026년 5월 마침내 100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2022년 이후 월평균 1조3000억 원, 하루 평균 430억 원의 고객 자금이 꾸준히 유입된 결과다.
김 대표가 현장에서 가장 자주 강조하는 말은 ‘기다리지 말라’다. 기업이 자금 조달을 요청하기 전에 먼저 찾아가 기업을 분석하고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안해야 한다는 이른바 ‘선제적 딜 소싱(preemptive deal sourcing)’ 전략이다. 그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직접 찾아가 자금조달 방안을 먼저 제안하는 것이 투자은행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공격적인 실행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2조 원을 돌파했고 김 대표는 이러한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3연임에 성공했다. 매년 대표이사를 재신임하는 구조에서 압도적인 실적으로 리더십을 증명한 것이다.
인재경영에 진심
김성환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경쟁력의 원동력을 ‘인재경영’에서 찾는다.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제공할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한 서울 소재 대학 채용설명회에서 한국투자증권 경쟁력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좋은 인재가 와야 좋은 퍼포먼스가 나온다. 우리는 좋은 인재에 진심인 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성과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 최고의 인재들이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방침은 채용에서부터 드러난다. 상경 계열 위주의 관행에서 벗어나 공학, 수학, 인문학 등 다양한 전공자를 영입하고 있다. 금융을 단지 숫자가 아닌 사람과 산업을 이해하는 종합 비즈니스로 보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사고를 깨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야 새로운 금융 구조를 설계하는 창의성이 나온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이 철학은 파격적인 보상 체계로 완성되어 인재를 다시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과 순이익 ‘쌍끌이 2조 원’을 달성하자 임직원들에게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2025년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약 1억9300만 원에 달하며 김 대표 스스로도 약 30억 원의 보수를 받으며 성과주의 원칙을 몸소 보여줬다.
성과는 사람이 만든다는 강력한 원칙 아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조직문화는 브로커리지, IB, 자산관리 등 전 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이어지며 한국투자증권의 강력한 미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최고 지향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김 대표의 안식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다. 2009년 입주한 2444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강남 시대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입지 덕분에 ‘강남 속 강남’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김 대표가 거주하는 호실은 전용면적 222.76㎡(약 67평), 공급면적 약 81평형의 초대형 타입이다. 전체 2444가구 가운데 비슷한 평형은 182가구에 불과하다. 전체의 7% 정도만 공급된 최고급 주거 공간으로 단지 내에서도 최상위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희소 면적으로 꼽힌다.
지난달 동일 면적이 약 80억 원에 거래됐으며 현재 호가는 90억 원 안팎이다. 전세 시세 역시 35억~40억 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반전세는 보증금 10억 원, 월세 108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래미안 퍼스티지가 최고급 단지로 평가받는 이유는 규모보다 설계에 있다. 건폐율이 약 12.66%에 불과해 동과 동 사이가 넓고 개방감이 뛰어나다. 단지 전체는 40%가 넘는 조경률을 적용한 공원형 설계로 조성됐으며 중앙에는 인공호수와 산책로가 자리 잡고 있다.
커뮤니티 시설 역시 뛰어나다. 선큰(sunken) 구조를 적용해 지하 공간에도 자연채광과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했고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골프연습장, 독서실 등을 갖췄다.
입지 여건도 가치를 더한다. 3·7·9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과 9호선 신반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멀티 역세권이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트럴시티, 서울성모병원이 인접해 있다. 단지 안에 잠원초등학교를 품은 이른바 ‘초품아’ 아파트라는 점도 강점이다.
김 대표의 주거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가 이 주택을 소유가 아닌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고경영자들이 수십억 원을 부동산에 묶어두기보다 금융자산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초고가 주택을 임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본을 고정자산에 묶기보다 투자 기회를 확보하는 게 자산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김 대표가 평소 강조하는 금융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투자은행은 고객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조직이 아니라 먼저 기회를 설계하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본 역시 한곳에 머물러 있을 때보다 끊임없이 움직일 때 더 큰 가치를 만든다고 믿는다.
김 대표의 집은 소유보다 운용, 축적보다 효율이라는 금융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장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온 불도저 CEO 김성환. 그가 사는 집은 그의 성공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자본의 잠재력을 끊임없이 깨워내겠다는 그의 경영 방식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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