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고 지역 내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이란 전역을 기습 타격했다. 이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 다수가 살해되었고, 네타냐후는 백악관에서 ‘전쟁은 금방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전쟁은 설계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이스라엘 본토는 물론 바레인·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등 주변국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아 전쟁을 확산시켰다.
6월 중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양해각서 합의가 나왔지만, 핵 문제 등 핵심 쟁점은 60일간의 추가 협상으로 미뤄졌고, 7월 중순에는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이 피격되어 어렵게 성립된 휴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시작은 '단기간의 제한전'으로 설계되었지만, 다섯 달이 되도록 종전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로 표류하고 있다. 특정한 목표로 한정되었던 전쟁 시나리오가 주변국으로 번져가면서 안타까운 희생과 경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자연선택을 말한 찰스 다윈이 이 전쟁을 두고 무어라 말할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완벽한 플랜이란 없다고. 영원불변의 전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자연이니까. 다윈 이전 약 2000년간 서양 자연과학을 지배한 것은 플라톤의 본질주의였다. 이 세상은 영원불변의 완벽한 전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거기서 벗어나는 변이는 진리의 불완전한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이론이었다. 이 틀 안에서 생물종 또한 처음부터 고정되었으며, 금이 은으로 바뀔 수 없듯 한 종이 다른 종으로 바뀔 수 없다고 믿어왔다. 자연의 모든 변화 또한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예정된 각본대로 진행된다는 목적론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다윈이 동시대에 남긴 충격은 이러한 목적론과의 결별이었다. 그는 진화를 이끄는 힘을 전지전능한 설계자의 의도가 아닌, '자연선택'이라는 단순한 원리로 설명했다. 어떤 개체는 우연히 살아남아 번식하고, 어떤 개체는 사라진다. 소소한 변이 때문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운명이 갈린다. 미리 정해진 목표나 설계도는 없다. 진화는 외부 환경 조건과 생명체 내부의 생득적 한계가 부딪히며 그때그때 한시적이고 우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결과일 뿐이다.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이란이라는 특정 대상을 겨눈 제한전을 구상했지만, 실제로 전쟁의 경로는 청사진과 달리 흘러가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불발탄이라는 우연한 잔여물, 후티 반군의 참전 여부, 국제 유가와 공급망이라는 조건들이 서로 얽히며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부대는 살아남고 어떤 부대는 사라지며, 어떤 지역은 전선에 편입되고 어떤 지역은 비껴간다. 그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목적이 아닌 조건이다.
목적론은 그럴듯한 구상을 가지지만, 전쟁이든 자연이든 다윈의 통찰처럼 예측 불가한 조건들의 상호작용으로 굴러간다. 장마철 일기예보를 보고 챙겨간 우산이 하루 종일 양산으로 쓰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을 냉정히 살피는 삶의 태도가 다윈이 남긴 값진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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