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이지명의 ‘불편한 사람’은 문학잡지 ‘맥’ 여름호에 실렸다. 여기에는 두 편의 특이한 단편이 수록되어 있어, 하나는 이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도명학 작가의 '기대와 괜찮음 사이'다. 둘의 공통점은 탈북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이다.
한 사람은 청진 출신, 다른 한 사람은 혜산 출신으로 뛰어난 '창작 솜씨'를 지녔다. 다년간 북한에서의 삶의 경험을 풀어놓는데 진력했던 이들은 최근 한국에서 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북한에서의 이야기도 할 얘기들이 아직 많겠지만 정착 얘기는 그것대로 의미 있을 것이, 이 '이방인'들에게 한국사회는 과연 어떤 괴물스러움을 나타내는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북한에서 넘어와 서울에서 소설가로 살아온 이상준은 지인 이영기의 권유로 논산 근처 K마을에 귀촌한다. 영기는 문중 소유의 낡은 농가를 고쳐 살며 자신과 가족처럼 지내자고 상준에게 제안한다. 상준은 퇴직 후 모은 돈을 들여 무너져 가던 집을 수리하고 텃밭을 일구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도시를 떠나 흙을 밟고 농작물을 기르는 생활은 처음에는 해방감과 고향에 돌아온 듯한 평화를 준다. 그러나 영기가 하자는 대로 기르던 흑염소를 잡아 마을 사람들과 잔치를 벌인 뒤 영기는 상준에게 아무 대가도 주지 않는다. 영기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신뢰받지 못한다.
상준은 영기를 믿고 싶어 하면서도 점차 불편함을 느낀다. 상준의 농촌 생활은 그의 일기 형식의 기록 속에 남겨져 있다. 이런 중에 상준은 감자를 심고 김장하고 마을 노인들과 정을 나누면서 농촌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간다. 하지만 복자 할머니의 말을 통해 영기가 자신의 김치와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마을에 퍼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믿고 의지했던 영기가 뒤에서는 자신을 흉보고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이 되자 미술가 도영이 찾아와 함께 사과대추나무 스무 그루를 심고 열매를 팔아보자고 제안한다. 상준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문중 땅에 나무를 심지만, 영기는 남의 땅에 허락 없이 나무를 심었다며 못마땅해한다.
설상가상, 영기는 나무 사이에 상준의 동의도 없이 고구마를 심고, 문중 회의에서는 나무가 자라면 권리문제가 생긴다며 이식을 결정한다. 상준은 자신이 많은 돈과 노동을 들였어도 집과 땅에 아무런 권리가 없는 외부인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럼에도 영기는 수확한 고구마를 나누어주고 김장 때는 상준에게 배추를 부탁하며 두 사람은 불편한 의존관계를 이어간다. 한 해가 끝날 무렵 영기는 종중의 결정이라며 상준이 해마다 내던 8만 원가량의 집세를 30만 원으로 올렸다고 일방 통보한다. 상준은 가족처럼 함께 살자던 약속이 불과 몇 년 만에 돈과 권리의 문제로 바뀐 현실 앞에서 믿음을 잃는다.
이때 이만 교수가 보내온 ‘휴머노이드 시대’라는 글을 읽으며 그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책임과 따뜻한 마음을 생각한다. 상준은 사랑과 신뢰의 불빛이 꺼진 채 서로를 의심하고 이용하는 자신과 영기야말로 진정한 ‘불편한 인간’일 수 있음을 깨달으며, 끝나가는 시골 생활과 환한 거리의 불빛을 오래 바라본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많이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이 시대의 탈북 디아스포라인들에게 한국사회는 결코 녹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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