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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해설] 중동 해상교통로 봉쇄와 한국의 생존전략
김태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8-04 00:02:55
▲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유조선과 정유시설을 공격하고 이집트에 미사일을 날리면서 홍해가 새로운 전장(戰場)이 될 조짐을 보인다. 후티는 2014년 살레 대통령의 정부군을 축출하고 수도 사나와 홍해 연안을 포함하는 서부 지역을 장악했고, 2015년에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을 물리치는 저력을 과시했다.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때에는 이스라엘·미국의 공습을 버텨냈고, 지금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으로 강력한 장거리 타격 능력과 실전 경험을 갖춘 군사적 강자다. 
 
그런 중에 이란은 ‘공격’ 경고와 ‘공격 보류’ 발표를 반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양치기 소년으로 취급하듯 하고 싶은 바를 다 한다. 그래서, 결정적인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차단되고 수에즈 운하의 통과도 어려워지는 ‘삼중 조임목(triple chokepoint)’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면, 가능성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 경우 세계와 한국이 겪을 고충과 생존전략을 고민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2026년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하루 원유 통행량은 2,090만 배럴이며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는 각각 420만과 490만 배럴이다. 합치면 세계 원유 이동량의 30%다.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막히면 수에즈 운하의 물동량은 급감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 통과한다고 해도 중량 한계(Suezmax)가 있다. 유조선의 경우 한계 재화중량(DWT)은 16만 톤 정도다. 이 한계를 벗어나면 유조선은 원유의 일부를 이집트 송유관을 통해 먼저 보낸 뒤 운하 통과 후 지중해 쪽에서 다시 실어야 한다.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석유 수입의 70%와 상상량의 천연가스와 나프타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엔 지옥문이 열리는 것과 같다.
 
유조선이 사우디의 동부 라스타누라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부산까지 오는 해상교통로(SLOC)는 6,400해리이며 19~20일이 소요된다. 사우디의 홍해 쪽 항구 얀보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지중해와 희망봉을 돌아오면 15,100 해리로 45~50일이 소요된다. 이 경우 용선료와 연료비의 증가, 운하 통행료 인상, 전쟁 보험료 폭등 등으로 전체 운송비용은 3~5배 이상 급증한다. 유가 폭등이 가져올 도미노식 제조업 생태계의 마비, 스태그플레이션, 무역수지 적자 고착화 등은 물론 산업기반 전반과 안보에도 치명타가 된다. 이는 경제성을 완전히 상실한 ‘국가생존을 위한 비상 수송' 체제를 찾아야 하는 사태이며, 결코100~110일분에 불과한 전략비축유(SPR)에 안주하고 있어도 되는 사태가 아니다.
 
대응 전략으로는 우선 미국, 중남이의 브라질·가이아나,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으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나 미국, 호주 등과 장기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 동아시아 에너지 안보 스왑(SWAP), 한·일 비축유 스왑 같은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하지만, 수입선 다변화는 많은 준비와 비용을 수반한다. 수입 유종(油種)이 달라지면 정유설비도 바꾸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현재보다 크게 늘어나는 운송 거리로 인한 비용 증가도 꼼짝없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수입선 다변화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해상교통로가 길어짐을 의미하므로, 안보 차원의 대처도 불가피하다. 해군력과 해양투사 능력도 키워야 하지만, 다자간 해양안보 협력이라는 전략과제도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정보감시정찰 자산의 공유를 통한 해양감시 공조, 다국적 연합해군 참여, AI 기반 통합 지휘통제 등을 염두에 두는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며, 석유 수출입 관련 이해 당사국들은 ‘해상안보 무임승차'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 국제수로를 위협하는 ‘깡패국가(rogue states)’에 대한 무력 응징은 국제사회가 유보하고 있어야 할 마지막 카드다. 이렇듯 ‘삼중 조임목’은 단기적 위기관리와 함께 중장기 국가생존 전략 수립을 강요하는 심각한 사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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