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떠올리는 전형적인 동양인 남성상은 ‘사부’, 즉, 쿵푸 마스터나 식당 ‘쿡’이다. 마초와는 거리가 멀다. BTS 등장 이후엔 부드럽고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동양인 남성상이 추가되었다. BTS 팬들은 BTS 전원이 군 복무를 마쳤기 때문에 화생방 가스실 체험, 수류탄 투척, 실탄 사격을 경험한 전사들로 상남자임을 잘 안다.
BTS는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BTS는 지난달 말 세계 음악계를 주름잡는 그래미상 본부 측에 2027년 시상식에 자신들의 앨범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래미가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새로 만들자, BTS는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 바란다”며 보이콧을 선언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살아가며 겪는 시련과 편견, 억압을 당당히 막아내겠다는 ‘방탄소년단(BTS)’다운 결정이었다.
이에 그래미 측은 상 하나 안 주면서 시상식 무대가 빛나게끔 번번이 부려 먹던 BTS 공연 영상들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BTS 팬인 아미들은 BTS가 서구 대중음악 세계에서 비주류로 겪는 어려움을 노래한 ‘Aliens(이방인)’를 세계 84개국에서 아이튠스 차트 1위에 올려놓음으로써 그래미에 맞섰다. 이번 달 BTS의 미 볼티모어, 텍사스 알링턴 공연은 각각 토네이도 엄습,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도 30만여 명이 만석을 이루는 등 인기 절정이었다. 급기야 그래미 측은 시상 부문 재검토 입장을 내놨다.
그래미는 저울질할 것이다. 글로벌 핵심 음악 소비층(18~34세)을 사로잡은 BTS의 입장을 수용할 것이냐, 아니면 세계 음반 시장 2위 일본과 4위 중국을 염두에 두고 ‘J팝’과 ‘C팝’을 키워 아시아 시장을 확대하면서 백인·락 위주 음악 산업을 유지할 것이냐를 말이다.
사실 그래미는 중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1200만 명이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중국도 ‘K팝’ 대신 ‘아시안 팝’ 또는 ‘A팝’이란 용어 사용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번 아시아 팝 부문 신설과 중국 음악계의 바람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래미는 ‘K팝’은 물론 ‘J팝’과 ‘C팝’ ‘T팝(태국)’ ‘I팝(인도)’ 등에 돌아가며 아시아 팝 부문 상을 줄 것 아닌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식 습득이 수월해짐에 따라 그 가치는 전보다 희석된다. 다음은 어떤 아이템이 각광받는 사회가 올까? 인간적 매력이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매력 기반 사회(charm-based society)’가 올 것 같다. 그러면 국가 체급에 비해 소프트 파워가 막강한 대한민국이 문자 그대로 선진 강국이 될 수 있다. 그래서 BTS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K팝’ 후진들을 위해 그래미의 아시아 팝 유리 천장을 깬 것이다. 의미가 크다.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세계인들은 메르세데스·BMW 등 최고급 세단을 생산하는 서독 주도 통일을 당연시했다. 북한은 남한 주도 흡수 통일을 극력 회피하고 정권 유지를 위해 음침한 ‘핵보유국’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1억 명의 팬을 가진, 매력적인 ‘BTS 보유국’이 되었고. 통일 한국의 주체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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