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고유가 공포가 또다시 엄습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타격에 맞서 이란이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황에서 우회로였던 홍해의 관문까지 막히는 전대미문의 '이중 병목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멘의 친 이란 후티 반군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북쪽으로 70~80km 떨어진 항구도시 모카를 완전히 장악했다. 최근 수개월간 이 송유관을 통해 하루 400만~500만 배럴로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해당하는 물량이 운송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공급량은 이미 3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차질에 홍해 위기와 송유관 피격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실물경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란의 저항이 걸프 연안국 폭격으로 확산하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고유가는 원자재 값 폭등을 불러와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6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겉보기에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 반도체기업들이 전체 실적을 통째로 견인한 결과다. 두 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전통 제조업과 비제조업, 중소기업은 고금리와 원가 부담 속에서 여전히 차가운 불황을 통과하고 있다. 고유가 충격 완화와 서민·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정은 원전 가동률을 현재 60% 후반대에서 80%대로 높이고 석탄 발전량 상한제(설비용량의 80%)도 해제하기로 했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긴 호흡으로 남미와 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 대체에너지 개발 등을 병행하고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 체질도 확 바꾸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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