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지방화는 시대 조류다. 특히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높여 건실한 지방분권을 촉진해야만 중앙과 지방이 상생하는 길이 열린다. 현실은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1990년대에 60%대를 유지하던 전국 평균 순계 재정자립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2026년도 상반기 기준 47.3%다.
특별시·광역시는 56.7%, 도 36.6%, 시 31.6%, 군 17.7%, 자치구 27.4%에 그친다. 또한 지방세 수입으로 기본적인 인건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지자체는 광역·기초 지자체 242곳 중 104곳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실에서 추석을 앞두고 일부 지자체들이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생활 부담을 덜고 지역 상권을 살린다는 명분을 내걸고 자체 민생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재원 확보 대책 없이 현금성 지원금이나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는 행정은 후유증 큰 포퓰리즘일 뿐이다.
예컨대 전남광주 지역 22개 시·군 등에 따르면 현재 나주, 곡성, 고흥, 보성, 해남, 무안, 영광, 완도, 진도 등 9개 시·군에서 민생 회복 지원급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 지자체 모두 턱없이 낮은 재정자립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자립도는 비율이 높을수록 지자체가 스스로 필요한 돈을 확보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나주시는 재정자립도가 16.8%로 민생 회복 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예정인 9개 시·군 중 그나마 높은 편이다. 무안군과 영광군이 각각 14.1%, 11.7%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 지자체는 한자리 수에 불과한 심각한 재정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곡성군과 진도군이 9.3%로 같았으며 해남군 7.8%, 보성군 7.6%, 완도군 7.2%, 고흥군 7.1% 순이다. 이는 전국 평균(48.6%)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같이 재정 상황이 열악한 전남 지자체들은 대부분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민생 회복 지원금 재원을 통합 재정 안정화 기금으로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올해 초 충북 괴산군은 군민 약 3만6000명에게 1인당 50만 원씩 총지원금 180억4300만 원을 배분했다. 다른 지자체도 앞다퉈 현금성 지원을 이어갔다. 경기 파주시는 올 설 전후 ‘기본 생활 안정 지원금’을 시민 1인당 10만 원씩 지역화폐인 파주페이로 지급했다. 충북에서는 괴산군 외에도 영동군, 보은군이 1인당 50만 원, 단양군이 1인당 20만 원의 민생 안정 지원금을 주었다.
해당 시‧군은 실제 지역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며 통계를 들먹이고 있다. 물론 민생 지원금은 지역 경제 회복에 어느 정도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자체들이 일정 기간 안에 사용하도록 제한을 두고 지역 화폐로 지급해 해당 지역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예산을 조건 없이 지급하면 재정 악화가 더욱 심화되리라는 지적이다.
재정 건전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비·도비·군비로 분담하지만, 각 지자체의 민생 지원금은 전액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해당 지자체의 살림살이가 거덜날 판국에 차기 선거만을 생각하는 생색내기 포퓰리즘일 뿐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어려운 재정은 빚으로 남게 돼 우리 아들 딸들인 미래 세대들이 걸머지고 갚아야 한다. ‘빚잔치’는 자제해야 할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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