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종 소장(이삭애견훈련소/이웅종 동물매개치료센터)
일본은 반려견 문화가 정착되어서 인지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소재로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일본 영화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은 동물학자 ‘알폰스 투스넬’의 명언으로부터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영화 내내 사람과 개의 교차된 삶을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어떤 굴곡도, 그늘도, 긴장감도 없이 주인공 아카리와 삭스의 인생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순간 삭스의 최후 앞에서 감독은 억지 감동 대신 묵직한 울림을 우리에게 던진다. “당신의 강아지에게 당신은 무엇입니까?”
반려(伴侶)의 참뜻을 하는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입에서는 애완견(愛玩犬)이란 말 대신 반려견(伴侶犬)이란 말이 더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애완견이란 개를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인형이나 장난감처럼 대하는 느낌이 들지만, 반려견이란 나와 함께 동반자 입장으로 살아가는 하나의 가족, 평생 나와 함께 할 친구란 의미로 다가 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강아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한 마디로 정의한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본 영화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포스터 [사진=필자제공]
당신은 반려란 말의 참뜻을 알고 있는가?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정의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 ‘반려(伴侶)는 짝이 되는 동무다. 유의어로는 동반자, 반려자, 짝 등이 있다’고 나와 있다. 당신은 당신의 강아지에게 짝이 되는 동무이며, 동반자이며, 반려자인가? 당신은 당당하게 말할 것이다.
나는 강아지의 반려자이다. 강아지와 놀아주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을 빼서 동물병원을 방문하고, 수시로 산책을 나가려고 한다.
되묻고 싶다. 당신이 필요할 때만 강아지를 찾는 게 아닌가? 내가 외롭고, 힘들고, 심심할 때만 강아지를 끌어안은 게 아닐까? 늘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당신만을 생각하고, 당신에게만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를 보면서 우리는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 00이는 나만 바라보고, 나를 위해서만 짖는다”
늘 같은자리에서 같은 곳만을 바라보는 충직한 우리의 강아지들. 그 강아지들을 우리는 ‘당연하게만’ 바라봤다. 묻고 싶다. 당신의 강아지가 필요로 할 때, 당신의 강아지가 당신에게 뭔가를 말하려 할 때 외면하거나 혹은 아예 그 신호를 느끼지 못한 게 아닌가?
개의 시선에서 바라본 반려(伴侶)의 의미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은 개를 기르는 사람들에게는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개를 기르지 않는 이들에게는 잔잔한 감동정도로 그치겠지만).
사람은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이라는 빛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색깔로 반사하는 프리즘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자기 이외의 모든 사물이나 사람들을 객체화 시키고, 사물화 시킨다. 자책하지 말자, 이건 모든 사람들의 본성이며 특징이다. 그리고 이런 본성은 개에게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흐르고, 세상도 바뀌지만 오로지 하나, 개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 아카리는 자신만을 지켜 봐 준 삭스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카리를 찾았던 삭스는 그 최후의 순간 주인의 품 안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사진=필자제공]
불치병에 걸린 엄마가 남겨진 딸을 위한 마지막 선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강아지’였다. 평소 개를 기르고 싶어 했던 딸의 소원을 들어주는 측면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건 개만은 자신을 대신 해 그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딸 옆에 있어줄 거란 확신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따뜻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지만, 사려 깊은 엄마는 ‘생명을 선물한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기 대신 딸을 지켜봐 주는 책무를 맡은 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수도 있다. 엄마는 딸에게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을 말한다. 이 10가지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엄마.
1. 나와 오래 오래 함께해 주세요.
2. 나를 믿어 주세요. 난 언제나 당신 편입니다.
3.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말을 안 들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4. 나에게 말을 자주 걸어 주세요. 사람의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들을 줄은 안답니다.
5. 나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 마음만 먹으면 내 쪽이 강하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6. 내가 나이가 들어도 잘 대해 주세요.
7. 나는 10년 정도 밖에 못 삽니다. 그러니 가능한 한 나와 함께 있어 주세요.
8.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답니다.
9. 내가 죽을 때, 부탁드리는데요, 곁에 있어 주세요.
10. 부디 기억해 주세요. 내가 내내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어린 딸은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맹세했고, 그 얼마 뒤 엄마는 세상을 떠난다. 그 뒤로 이어진 딸과 개의 생활. 엄마의 빈자리를 메꿔 나가는 아카리와 아빠. 그리고 삭스. 삭스는 아카리가 필요할 때마다 그 옆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언제나 아카리를 기다리고, 아카리와 함께 하며, 아카리의 삶을 지켜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카리는 성장을 하게 됐고, 개 보다는 자신의 일상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외로울 때 함께 했던 삭스가 친구가 생기고, 애인이 생기며, 자신의 일이 생긴 순간 짐으로 변해있었던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의 마음도 흐르고, 세상도 바뀌지만 오로지 하나, 개의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순간 아카리는 자신만을 지켜 봐 준 삭스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카리를 찾았던 삭스는 그 최후의 순간 주인의 품 안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제서야 아카리는 엄마가 자신에게 말한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다.

▲ “늘 같은자리에서 같은 곳만을 바라보는 충직한 우리의 강아지들. 그 강아지들을 우리는 ‘당연하게만’ 바라봤다. 묻고 싶다. 당신의 강아지가 필요로 할 때, 당신의 강아지가 당신에게 뭔가를 말하려 할 때 외면하거나 혹은 아예 그 신호를 느끼지 못한 게 아닌가?” (본문 중에서) [사진=필자제공]
우리는 강아지를 우리의 생각과 기준으로 바라본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모습이다. 하물며 말 못하는 짐승과의 관계에서는 생각조차 할 필요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말하는 ‘반려(伴侶)’로서의 의미와는 다르다. 그건 ‘애완(愛玩)’이라는 의미로 사용할 때 성립할 수 있는 의미이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반려견(伴侶犬)’을 말하고 싶다면, 개를 바라볼 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친구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비록 말은 다르지만, 나와 같은 감정과 생각을 가진 친구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내가 외로울 때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이지만, 그 친구도 외롭고 힘들 때가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가슴 속에 새겨둘 때 진정한 의미의 반려견(伴侶犬)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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