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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의 ‘반려동물 이야기’…‘닥스훈트 소시지’에는 닥스훈트가 없다
개와 인연 없지만 개와 인연 맺은 핫도그(hot dogs)
신문 만화가, 야구장서 ‘레드핫 닥스훈트’ 묘사하던 중 ‘스펠링’ 어려워 묘사
이찬종 필진페이지 + 입력 2015-10-10 20:51:36
 ▲ 이찬종 소장(이삭애견훈련소/이웅종 동물매개치료센터)
어린 시절 시장이나 초등학교 옆에서 팔던 ‘한국형 핫도그’들을 한번쯤 먹어봤을 것이다. 작은 소시지에 밀가루 반죽을 발라 튀겨낸 국적불명의 간식! 그 시절부터 궁금했던 것이 어째서 소시지가 들어간 음식에 ‘뜨거운 개’라고 불렀냐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미국식 핫도그를 맛보게 되면서도 이런 의문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혹시 소시지의 내용물이 개고기가 아닐까
 
이런 생각부터, 개와 연관된 조리법이나 음식 개발에 개가 일조(一助)를 한 것이 아닌가란 추측까지 하게 됐다. 어쨌든 ‘개’와 관련이 있으니 이름 속에 개(dog)가 들어간 것이 아니겠는가?
 
1. 개와는 전혀 상관없었던 원조 핫도그
 
핫도그란 음식의 정의를 내려 보자면, 빵 사이에 소시지를 집어넣어 손을 더럽히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간식(間食)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음식의 시작은 어떻게 될까. 빵과 빵 사이에 내용물을 넣어 먹는 건 샌드위치(sandwich : 18세기 후반 J.M 샌드위치 백작이 만든 음식)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음식은 영국 쪽에서 넘어 온 음식일까. 정답은 아니다. 핫도그의 고향은 ‘독일’이다.
 
빵 사이에 소시지를 집어넣은 음식은 바로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 : 빵 사이에 소시지를 집어넣은 독일 음식)다.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 기원해 독일인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 바로 핫도그의 기원이었다. 그렇다면, 이 독일 음식이 어떻게 영어식 이름을 얻게 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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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대 프랑크푸르터(frankfurter)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날아 온 이 ‘이상한 소시지 음식’ 앞에서 미국인들은 흥미를 갖게 된다. 인종의 집합소와 같았던 미국에서는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모두 집결하고 있었고, 저마다의 음식들이 반짝 인기를 얻다 명멸(明滅)하던 게 당시의 시대분위기였다. 프랑크푸르터는 이런 시대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유는 바로 그 생김새였다.
 
“생긴 게 꼭…사람의 특정 신체부위를 연상케 하는군. 맛은 있을까”
 
 ▲ 핫도그(hot dogs)는 개와 관련이 없는 이름이었지만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본래의 ‘닥스훈트 소시지’란 이름은 한 신문 만화가에 의해 우연히 개와 관련이 있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사진=필자제공]

그러나 이 요상하게 생긴 소시지 음식은 일회성 이벤트 그 이상의 반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딱히 독일 음식에까지 집착할 정도로 먹는 게 부족한 것도 아닌 상황. 더구나 독일식 발음을 그대로 하기에도 문제가 있어 지역별로 그 이름 또한 다양했다.
 
오리지널 그대로 프랑크푸르트라 부르는 곳도 있었지만, 뜨겁고 빨간 소시지였기에 레드 핫(red hot)이라 부르는 곳, 짧은 다리에 길다란 몸통을 가진 닥스훈트(dachshund)와 닮았다 해서 닥스훈트 소시지라 부르는 곳도 있었다. 개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름이 이렇게 다양하단 건 역시 그만큼 통일이 되지 못했고, 통일이 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큰 인기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니던가. 독일에서 물 건너 온 소시지는 그렇게 그냥저냥 스쳐지나가는 외국 소시지로 전락할 뻔했다. 그러나 운명은 이 독일 ‘촌 소시지’를 좋아했었다.
 
2. 운명의 갈림길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내야 해! 야구장에서 아주 쉽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 도구 필요 없이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해! 물론, 단가도 싸야 하고, 어느 정도 허기도 달랠 수 있고, 경기를 보면서도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을 개발해!”
 
20세기 초 미국의 간식 매점 업자 해리 스티븐스는 야구장에 납품할 새로운 간식을 찾아 헤맸는데, 이때 그의 눈에 들어 온 게 바로 이 닥스훈트 소시지였다. 야구장 간식으로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갖고 있었다.
 
그랬다. 도구 필요 없이 손쉽게 먹을 수 있고, 단가도 쌌으며, 경기관람에 지장도 주지 않았다. 해리 스티븐스는 즉각 이 음식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곤 이름을 물어본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이 너무 많았다.
 
 ▲ ‘닥스훈트 소시지’는 야구장 간식으로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갖고 있었기에 야구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필자제공]

“레드 핫이라고 부르는 동네도 있고, 프랑크푸르터라며 본토발음을 그대로 말하는 곳도 있고, 닥스훈트라 부르는 곳도 있습니다”
 
스티븐스는 고민하게 된다. 상품명이 곧 음식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간식과 같이 유행을 타는 음식이라면 그 이름이 곧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스티븐스는 가장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가장 유명한 레드 핫(red hot)과 닥스훈트(dachshund)를 붙여서 ‘레드 핫 닥스훈트’라고 부르자”
 
스티븐스는 그렇게 ‘레드핫 닥스훈트’를 야구장에 뿌리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닥스훈트는 스티븐스의 예상대로 잘 팔려나가게 되었다. 이 정도에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오늘날 우리가 핫도그라 부르는 음식은 닥스훈트라는 이름으로 사전에 등재됐을 것이다(핫도그보다 더 직접적인 이름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은 이 소시지 음식의 이름이 더 짧았으면 하는 바람을 비쳤다.
 
1906년 허스트 신문의 만화가인 테드 도건(Tad Dorgan)이 야구장을 찾게 된다(이때의 목적은 순전히 야구관람이었다). 이때 도건의 눈과 귀를 방해하는 사람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레드핫 닥스훈트’를 파는 행상인이었다. 도건은 야구관람을 방해한다며, 행상인에게 자리를 비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행상인은 장사를 해야 한다며 완강히 버티게 된다.
 
야구장에서 본 소시지 행상이 기분 나빴는지 도건은 집에 돌아와 이 닥스훈트 소시지를 가지고 만화를 그리게 된다. 빵 사이에 진짜 닥스훈트(dachshund)가 끼어있고, 그 위에 머스터드소스를 뿌린 모습이었다. 문제는 그 밑에 글을 써야 하는데, 배운 게 짧았는지 닥스훈트(dachshund)의 스펠링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이다. 고민 끝에 도건은 만화 밑에 닥스훈트 대신에 dogs를 쓰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바뀌기 사작한다.
 
“Get your hot dogs(핫도그 사려)”
 
닥스훈트의 스펠링을 몰라 핫도그라 써버린 도건…그런데 이 신문만화를 본 독자들의 반응이 심상찮았다.
 
 ▲ 야구장에서 본 소시지 행상이 기분 나빴던 한 신문 만화가는 닥스훈트 소시지를 갖고 만화를 그리던 중 스펠링이 생각나지 않아 닥스훈트 대신에 dogs를 쓰게 됐다. 이후 닥스훈트 소시지는 ‘핫도그’로 변신했다. [사진=필자제공]

“핫도그? 꽤 괜찮은데. 닥스훈트가 발음하기는 어렵지. 재밌네. 핫도그? 작가가 센스 있는데?”
 
이리하여 닥스훈트 소시지는 핫도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만화가가 단어 스펠링을 몰라 얼떨결에 적은 핫도그가 이름으로 굳어진 기묘한 작명 이야기. 만약 그때 도건이 닥스훈트의 스펠링을 알았다면, 지금쯤 우리는 닥스훈트 소시지를 먹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필자는 이 칼럼의 제목을 ‘닥스훈트 소시지에는 닥스훈트가 없다’라고 써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개’와 인연이 깊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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