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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6개면 분량 ‘김정은 신년사’ 달달 외워야
황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1-15 22:03:45
 ▲ 황철, 2003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2013년 새해를 맞아 북한 김정은은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정일 집권시기에는 새해 공동사설이라는 제목으로 TV아나운서가 낭독하는 방법으로 새해의 국가계획과 목표들을 제시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일성 사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지도자가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다.
 
 
북한관련 뉴스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면서 저 신년사로 인해 연초부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까지의 공동사설과 다르게 북한은 올해 새 지도자의 첫 육성신년사를 유난히 강조하며 전 국에 신년사에 대한 학습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1월이면 신년사와 관련된 각종 회의와 집회는 물론 각 단체들의 신년사 관철을 위한 ‘충성의 편지’ 올리기 등 그야 말로 시끌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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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한 사회 청년들을 망라하는 청년동맹원들은 신년사를 통째로 외워 문답식 경연에 나가야 돼서 방학에도 학교에서 신년사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지난 80~90년대에는 신년사를 누가 얼마나 정확히 외웠는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지적 평가까지 이루어지기도 했다.  
 ▲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김정은 정권의 첫 신년사이며 20여년 만에 부활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육성으로 하는 신년사라는 측면에서 북한당국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진=필자제공>

신문 6개 면을 가득 채우는 방대한 분량의 신년사를 전부 외우게 된다면 큰 자랑거리가 되고 조직의 표창은 물론 ‘대단히 똑똑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심지어 새해 신년사를 토씨 한자 안 틀리고 외운 ‘공로’로 노동당에 입당시키기 까지 한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지난 90년대에는 1월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신년사를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부 외우진 못하더라도 자신들과 관련된 내용은 훤히 알고 있어야 했고 신년사 내용을 모르면 문제 있는 사람으로 찍혀 사상검증까지 받아야 했다.
 
 ▲ 신년사 관철을 위한 평양시 10만 명 궐기대회 모습. 이런 궐기대회는 평양을 시작으로 각 도, 시, 군, 리 단위로 전국에서 진행된다.
북한의 신년사 전문은 주로 노동신문, 청년전위를 비롯한 각 조직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실리기 때문에 신문을 교재로 신년사 공부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노동신문을 비롯한 주요 일간지들은 각 지역마다 부수를 지정해 주기 때문에 노동당 세포비서 이하의 직급을 가진 사람들은 돌려가면서 신문을 봐야 한다.
 
학생에 비해 교재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신년사를 외우기 위해 노동신문을 받아 보는 친구 집에서 팔이 저리도록 신년사를 베껴 쓰던 기억이 난다.
 
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신년사 학습열풍은 90년대 후반 식량난을 겪으면서 급격히 식어갔다. 김일성 사후 공동사설형식으로 신년사가 발표됐고 국가는 어김없이 새해 공동사설 관철을 위해 주민들을 선동하고 나섰지만 주민들은 국가가 우리에게 뭘 해준 게 있냐며 말뿐인 공동사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다.
 
해마다 1월이면 신년사와 관련한 각 조직들의 회의와 결의대회들은 어김없이 열린다.
 ▲ 신년사가 실린 신문을 읽고 있는 북한주민들. 북한 당국은 헬기로 신문을 배송하고 TV를 통해 관련 영상들을 홍보하며 신년사에 주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당국의 통제와 처벌이 무서워 마지못해 이런 회의나 집회에는 참가하지만 신년사 내용을 베껴가며 공부하는 사람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심지어 새해 공동사설을 외우는 사람이 있으면 ‘미친 놈’ 취급을 받을 정도가 돼 버렸다.
 
이렇게 20년 가까이 같은 방송원이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발표하던 공동사설과 달리 올해는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를 발표했다. 
 
북한 당국은 ‘지도자의 육성‘으로 발표된 2013년 새해 신년사에 큰 의미를 부여 하며 올해의 1월을 지난 80~90년대의 1월의 모습으로 돌려놓으려고 팔을 걷고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젊은 새 지도자에게 잠깐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오히려 아버지보다 더한 독재정치를 펴는 김정은을 경험한 북한주민들은 오히려 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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