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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댓글 때문에 ‘국정원 해체’ 주장 한국국민 맞나
황철의 ‘북한 생활기’
황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7-09 18:25:40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지난 6월은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단기간 동안 언론의 헤드라인에 가장 많이 오른 시기였던 것 같다. 정치권을 넘어 대학생, 민간단체 등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심지어 고등학생들까지 국정원 해체를 입에 올리고 다닌다.
 
한국에 입국할 때 제일 처음 만난 사람도 국정원 직원들이고 제일 처음 머문 곳도 국정원 관리시설이었던 필자로서는 시국선언을 하는 대학생들, 고등학생들을 보면서 ‘저 친구들은 국정원 직원을 만나보기나 했을까? 그리고 저들이 국정원에 대하여 얼마나 알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국정원 직원을 보며 남한 사람들을 상상했고 국정원 시설에서 대한민국의 첫 경험을 했던 필자에겐 국정원에 대한 추억들이 있다.
 
2005년 초 몽골사막을 횡단하는 수만리를 돌아 처음 만난 남한 사람은 몽골주재 한국대사관의 직원이었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쌀쌀하고 왠지 귀찮아하는 것 같은 인상이 확연했던 그 직원은 기초심문 과정에 ‘제대로 진술하지 않으면 북한으로 돌려보내겠다. 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이 말에 겁먹은 탈북자들은 심문을 받고 나와서 하나같이 그 사람에 대해 궁금해 했고 어떤 이들은 국정원에서 파견된 사람이라고 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탈북자 문제는 국정원이 전담했기 때문에 국정원 직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두 달 후 한국으로 입국했고 국정원 시설에서 두 달 정도 생활하며 조사를 받게 됐다.
 
 ▲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16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재석 181인 중 찬성 156인, 반대 12인, 기권 1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간 중에 약 7일정도 독방에서 생활하며 2~3명의 조사관들로 부터 탈북동기, 입국경위, 가족관계 등 집중 조사가 진행된다. 조사를 받으며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신변 때문에 구체적인 가족사항 같은 것을 말하기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탈북자들에게 조사관들은 ‘국정원은 믿어도 된다. 철저히 비밀이 보장 된다’며 안심시킨다. 필자도 조사관의 이 말을 믿고 조사에 임했다. 조사가 끝나고 통일부 산하 교육기관으로 옮겨진 후 브로커를 통해 북에 있던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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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한국에 온 것은 가족을 포함한 누구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버님은 이미 3~4일전에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필자와 가깝게 지내던 보위부 간부가 찾아와 ‘아들이 남조선에 갔기 때문에 감시하고 있으니 말과 행동 조심하라’고 귀띔해 주더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후부터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국까지 오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정확한 이름과 북한 내 주소를 말한 것은 국정원뿐이었기에, 국가기관도 못 믿게 된 나에게 주위사람들 모두가 경계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 자료:검찰/국정원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그 후 북한의 최근 실상에 대해 인터뷰하러 나온 국정원 직원들에게 ‘나의 신상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국정원밖에 없는데 어떻게 북한보위부에서 10일도 안 돼 내가 한국에 온 걸 알게 되는가? 누가 뭐라 해도 이젠 믿지 못하겠으니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었다. 국정원에 대한 불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통일부 산하 교육기관을 수료하고 나온 지 몇 개월 후 휴대폰으로 032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수화기에서 난데없이 김일성에 대한 북한노래가 들리는 것이었다. 급하게 국정원에 신고했고 조사관이 나와 경위를 묻고 돌아갔다.
 
그러나 그 후 조사관에게서 들은 말은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전화여서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 뿐 이었다. 그 후에도 두 차례 더 유사한 전화가 걸려왔지만 신고를 포기하고 대신 전화번호를 바꾸었다.
 
필자가 처음 알게 된 국가정보원은 북한과 정보공유도 잘 되고 간첩들이 활개 쳐도 잡지도 못하던 이해할 수 없는 정보조직이었다.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모른다. 국정원이 자기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때도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소리는 없었다.
 
그런데 북한이 수만 명의 사이버 전사들을 육성하고 이미 몇 년 전부터 남북한이 사이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관여 댓글 몇 개로 국정원을 해체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이 나라 국민이 맞는지 의심이 간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실험 때에는 찾아볼 수 없던 촛불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에는 많이 모였다. 촛불은 어둠을 가리지 않고 밝혀 주지만 이들이 드는 촛불은 누구를 위한 촛불인지 묻고 싶다.
 
 ▲ 지난 6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은 7월 3일자 노동신문사설을 통해 “남조선의 각계 층 인민들은 사회의 민주화와 조국통일을 가로 막으며 보수패당의 집권안보의 도구가 돼 모략과 정보정치에 발악적으로 매달리는 괴뢰정보원을 해체하기 위한 대중적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할 것”이라며 “악의 대명사 괴뢰정보원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 북남관계개선과 조국통일에 백해무익한 존재”라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이 이렇게 국정원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국정원이 일을 잘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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