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있을 때 가장 필요한 말은”이라는 물음에 ‘아리가도고자이마스(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기 쉽다. 하지만 아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뜻의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을 아리가도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보다 더 많이 쓴다.
‘스미마셍’이라는 말은 일본인이 영유아기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아이에게 각인시키는 단어다.
왜 일본 사람은 고맙습니다라는 ‘아리가도고자이마스’보다 ‘스미마셍’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쓸까. 무슨 속사정이 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설(說)이 있다. 하나는 칼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무라이(무사) 시대에서 민초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많이 쓴 단어이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 사람이 경제적인 관념이 매우 투철한 민족이라는 점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는 설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장사를 잘 하는 민족이다. 일본의 장사 솜씨는 섬으로 이뤄진 자연 환경에서 비롯됐다. 사방이 섬이다 보니 배를 타고 한국이나 중국으로 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유입돼 오는 사람을 회유해 물건을 팔아야 살아갈 수 있는데, 처음부터 스미마셍이라는 단어를 연발, 상대를 황송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물건을 사게 만드는 유인책이라는 얘기가 있다.
일본에서 스미마셍은 단순히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고 남에게 먼저 자신을 숙이고 들어가는 첫 단계를 상징한다. 일본 사람은 ‘나를 낮추고 남을 높여야 돈이 들어온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권위를 내세워봐야 물건을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간 쓸개 모두 빼줄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상인의 생각이다. 일본에게 고객은 왕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고객을 신이라 부른다. 나에게 돈을 벌어다주는데 왕은 너무 약하다. 그래서 고객을 신이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미안합니다’라는 말도 경우에 따라 달리 써야 한다. 쓰여야 할 때 써야지 아무 때나 ‘스미마셍’ 해서는 곤란하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이 ‘미안합니다’라는 뜻을 가진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이다. 사실 스미마셍은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다. 영어로 치면 ‘excuse me’ 우리나라 말로 굳이 따지면 “실례합니다’라는 의미다.
좀 미안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면 ‘고멩구다사이(ごめんください)’라는 표현을 쓰자. 친한 사이라면 ‘고멘(ごめん)’이라고 짧게 말한다. 상대방에게 일반적인 실례를 범했을 때 하는 말이다. 영어로 말하면 ‘아이 엠 쏘리(I am sorry)’. 한국말로 말하면 ‘죄송합니다’ 정도. 실제로 미안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일본 사람이 굉장한 실수를 해서 정말 면목이 없을 때 쓰는 말이 ‘모우시와케고자이마셍(もうしわけございません)’이다.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스럽다는 뜻이다. 비리를 저질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이 TV 방송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모우시와케고자이마셍”이라고 사과한다. 한마디로 죽을 죄를 졌으니 용서해달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말이 비즈니스 상에서 굉장히 많이 쓰이는 표현이 됐다. 비즈니스 상에서 일본인은 상대방에게 간도 쓸개도 다 빼준다. 상대방에게 실수를 했을 때 ‘죽을 죄를 졌으니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최대의 겸손한 표현을 구사하는 것이다. 고객은 얻기도 힘들지만 잃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고객에게 최대의 용서를 구하며 고객이 떠나지 않게 꼭 잡는 것이다.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이라는 단어는 가장 많이 쓰는 만큼 무려 네 가지의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 “실례합니다” 영어로 “excuse me” 의미로 가장 많이 쓰인다.
‘고맙습니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상대방이 자리를 양보했을 때 나의 처지에서는 고맙지만 상대방 처지에서는 마음이 편치않다. 이럴 때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해서 불편을 끼쳐 ‘미안하고 고맙다’는 의미로 ‘스미마셍’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일본 사람은 모든 것을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한다.
무엇을 부탁할 때도 ‘스미마셍아(すみませんが)’라고 말한다. 우리말로는 ‘죄송하지만…’이라는 의미다.
식당에 가서 종업원을 부를 때 ‘스미마셍-’이라고 말한다. 이때는 ‘셍’을 길게 발음한다. 그래야 알아듣는다. 우리말로 ‘여기요’라는 의미다.
일본어를 잘 못하는 한국 사람이 이를 모르고 일본의 ‘여기’에 해당하는 ‘꼬꼬’라는 단어에다 ‘요’를 붙여 ‘꼬꼬요’라고 해서 일본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식당에서 우리가 얘기하는 ‘여기요’는 일본어로 ‘스미마셍-’이다. 꼬꼬요는 일본어로 ‘여기야’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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