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위즈데이타
어리벌이
다음 세상에서도
다른 여자 속 썩일까
다시 만나 살겠다던
고운 아내.
어지간히 날 챙기는가 보다
매운 고추 썰어 넣고 펄펄 끓인 추어탕
한 사발을 넌지시 갖다놓는
예쁜 아내.
제육볶음 먹고 싶다 했더니
정신 있는 사람이냐고
큰 소리로 역정을 내던
성난 아내.
목걸이, 팔찌 대신
온 몸에 파스로 치장 한 슬픈 아내가
새우처럼 쪼그린 채
잠이 들어있다.
어리벌이 가슴에
이슬 같은 비가 내린다.
온 세상을 촉촉하게 적신다.
밤 잠 설친 매미가 어리벌이 하며 운다.
<深頌(심송) 안호원>
*시인은 어리버리 표준말을 시적 감정을 위해 어리벌이로 바꿔 썼다
☞ 바보 아닌 바보
처세에 능한 것과 사리가 분명한 것은 다르다. 사리가 분명하면 처세에 능할 법 하지만 의외로 어리버리한 사람이 많다. 속된말로 양아치는 만고의 임계점인 시한부 처세에만 능하다. 시인은 누가 봐도 어리버리하게 보인다. 그래서 시한부 처세에 능한 양아치들은 시인의 어려운 현실적 고뇌와 삶을 험담하고 비하하고 무시하기 일쑤다. 아내도 시인을 어리버리하다고 한 것일까. 아니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다음 세상에서도 다른 여자 속 썩일까 다시 만나 살겠다던 고운 아내”
명품 가방에 금팔찌 은팔찌 주는 남편들 좋아라 하지 않고 그저 평생을 시인 같은 어리버리를 무작정 좋아하는 여자. 부부는 어리버리 닮았다. 시인의 부부는 그렇게 처세에 능하지 않는 사리가 분명한 모습으로 닮았다. 남들이 무어라 해도, 양아치들이 위록지마(謂鹿止馬)로 사실을 호도하고 폄하해도 시인의 부부는 평범함 속에 아름다음을 끝끝내 쥐며 산다.
“매운 고추 썰어 넣고 펄펄 끓인 추어탕”에 감탄하는 남편, “제육볶음 먹고 싶다고 했더니” 역정 내는 아내 등을 보면 영락없는 부창부수(夫唱婦隨)다. 시인의 부부처럼 사리가 분명하면 탐욕(과욕)이 없다. 탐욕이 없으면 없어도 행복하고 있으면 오래간다. 정석 보다 포석을 보면서 눈앞의 이익을 버린 채 롱런의 이익을 즐긴다. 롱런의 사리분별에는 물질로 보면 비즈니스이며, 마음으로 보면 영혼이다. 시인의 부부는 육계의 롱런 비즈니스 보다 영원의 롱런 영혼으로 살고 있다.
이렇듯 영혼의 사리가 분명한 아내가 “새우처럼 쪼그린 채 잠든 모습”을 지켜보며 “어리버리 가슴에 이슬 같은 비가 내린다”니 잠시나마 양아치의 물질에 시인도 아쉬운 건가. 아니다. 눈가에 눈물 한 방울이 맺힌 사연은 목회자임에도 현실을 그리고 탐욕을 들락거려야 하는 슬픔이다. 고기 한 접시 쉽게 사먹기 힘든 시인의 경제적 곤란이 그리고 아내의 쪼그려 자는 잠이 시인을 현실 밖으로 내몰려 하고 있으니 눈물이 났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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