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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아트&컬처
앞선 정신을 앞지르다
가림다댄스컴퍼니 우수 레퍼토리 두 현대무용 작품 선 봬
진화 속 진화를 보여준 전혁진의 ‘우리는 다르게 진화했다’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삶 노래한 이지희의 ‘바다와 조각들’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1-14 09:01:01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문학박사
가림다무용단, ‘Leading Spirit’
 
‘앞선 정신(Leading Spirit)’을 여실히 보여주다. 1980년에 창단된 가람다무용단(Garimda Dance Company)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현대무용 단체다. ‘최고(Best)’가 아닌 ‘유일(Only)’을 지향한다. 이번 공연(2021년 12월 23~24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마주한 두 작품은 이를 대변했다. 1부 전혁진 안무, ‘우리는 다르게 진화했다’는 2019년 남성안무가전, 2부 이지희 안무, ‘바다와 조각들’은 2018년 여성안무가전에서 선보인 바 있다.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개최된 이번 공연은 가림다의 우수 레퍼토리 두 작품으로 구성됐다. 예술성으로 말한 무대다.
 
1부의 문을 연 작품은 가림다댄스컴퍼니 소속의 전혁진 안무작이다. 2019년 6월, 서강대 메리홀에서 초연된 이 작품에 대해 필자는 “익숙함과 낯섬이 공존하는 인생. 변화의 줄은 양단을 오간다. 진화라는 이름으로 표징된다. 현시대의 진화를 그려보고자 한 이 작품은 춤으로 진화를 조각했다. 진화의 속도, 힘, 대상까지 고민한 결과다. 진화를 진화시켰다”라고 평한 바 있다.
 
▲‘우리는 다르게 진화했다’
 
음악과 함께 무대막에 그려진 실루엣이 진화를 암시한다. 무대 막이 오르면 무대 우측에 자리잡고 있는 의자들 사이로 무용수들이 머리를 넣고 있는 장면이 강하게 포착된다. 중앙에선 한 명이 의자를 끌고 다닌다. 군무진은 의자 위에서 도미노처럼 움직인다. 무대 조명이 밝아지면 9명의 무용수들은 의자를 순간 배치한다. 세 명의 웅크린 모습도 보인다. 느릿한 움직임의 표정들이 진화의 모습처럼 읽히기 시작할 때 한 명이 의자와 연결된 곳을 서서히 걸어다닌다. 무대 중앙의 무용수들이 앞을 응시한다. 무대 후방에 불규칙하게 의자를 쌓는다. 무대 우측 ‘의자 다리’를 무용수들이 서서히 건넌다. 이동, 조립, 배치는 진화의 조건이 된다. 원시 부족의 모습처럼 각자의 허벅지를 친다. 바닥도 두드린다. 격렬히 움직인 후, 의자 주변을 돈다. 여자 무용수 한 명이 호흡을 끌어올린다. 움직임이 상당히 좋다. 이 작품은 초연 때보다 공간 활용이 자유로웠고, 오브제인 의자를 활용하는 폭과 깊이가 더해졌다. 서정과 서사를 교차시키되 은유가 침잠됐다. 기하학성과 조형성을 움직임에 잘 연결했다. 개체의 진화로 시작해 관계를 이루고, 사회 속 질서를 형성해 나가는 진화의 모습을 호기롭게 풀었다. 진화 속 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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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조각들’
  
2부 작품은 가림다댄스컴퍼니 대표인 이지희 안무 ‘바다와 조각들’이다.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삶에 대하여’라는 철학성 강한 주제가 안무에 담겼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철학적 물음에서 출발한 작품답게 물과 얼음, 바다로 상징되는 무대언어들이 작품 곳곳에서 숨을 내쉰다. 희비극이 교차하는 우리네 삶은 마치 물의 흐름과 같다. 그것이 바다의 물이라면 더할나위 없다. 작품 속 바다는 대지가 되고, 하늘이 되고, 땅을 밟고 사는 우리가 된다. 공존의 미학을 통해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인생을 매섭게 때론 여유있게 끌어온 안무가의 시선에 경의를 표한다.
 
바람부는 듯한 음향 속에 무대 우측에 여자 무용수가 누웠다가 몸을 분절하는 동작을 한다. 한 남자가 서성인다. 무언가를 찾는 듯 하다. 얼음 조각 위에 네 명이 오른다. 무대 앞쪽에서는 얼음을 조각한다. 바다에 유영하듯 사람조각들이 무대 후방으로 파도처럼 밀려나가기도 한다. 한 여자가 얼음을 안고서 오케스트라 피트로 내려간다. 세로형의 무대세트 위로 남자가 걸어간다. 피트가 올라온다. 얼음 조각을 던진다. 슬픈 음악 속에 한 명이 무대 세트 사이로 들어간다. 무대 우측의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춤춘다. 슬픔과 위로가 교차된다. 회색빛의 여자 얼굴에 꽃잎이 붙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를 읊조리는 듯 하다. 공중에 얼음이 돌고, 군무 속 몸부림이 연속되며 공연은 마무리된다.
 
이 작품에선 물과 바다의 상징체인 이예진, 작품 속 세상을 탐구하는 자유로운 인간인 최재혁, 끊임없이 갈구하는 자로 우리의 모습을 담은 권유나, 탐욕 가득한 파괴자인 최한슬, 선택받은 자 권재헌이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 여자 군무 또한 물줄기같은 공동체를 매끄럽게 형상화했다. 다양한 감정의 파편들을 분사하고 응결시킨다. 이번 정기공연은 ‘Leading Spirit’의 힘을 온전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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