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위즈데이타
월식(月食)
탓 하지말자
어둠이 널 품었다고
아쉬워 말자
가슴 깊이 삼킨 눈물
지워져가는 삶의 흔적을
시퍼런 하늘
어둡다 원망말자
천년의 맺힌 한(恨)구름으로 가릴 수 있을까.
숨겨도 삐죽 튀어나오는 어둠의 조각들
아, 폭우처럼 그렇게
소리 내여 울고 싶다.
<深頌(심송) 안호원>
☞ 문명
시인은 항상 현대 문명에 대한 사람들의 이기심에 대해 스스로 흠칫 놀란다면서 무섭고 힘들다고 토로한다. 문명은 이기심의 금자탑이라고. 갈등과 충돌 그리고 극한의 경쟁과 전쟁 속에 문명이 꽃을 피우는 것이라면 차라리 문명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시인의 심리가 묻어 있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어둠이 널 품었다고” 하며 문명의 이기심을 한탄하면서 그래도 “탓하지 말자”는 시인의 깊고 푸른 멍. 월식(月食)은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려 달에 어둠이 내린다. 시인은 달의 어둠조차 지구의 어둠으로 아픈 모양이다. 순수함의 백미로 달을 늘 인용하는 시인에게 지구의 문명이 달을 어둡게 한 것이 못내 서럽다.
달이 가려졌을 뿐인데도, 낮에 가린 달임데도 시인은 일식(日食)의 느낌을 받은 사람처럼 “시퍼런 하늘 어둡다 원망말자”고 한탄한다.
<소회(素懷)> 문명은 소유욕을 키우고 권력욕을 키워 놓았다. 문명은 인간의 지배욕을 한없이 키워놓았다. 문명은 또 인간의 욕망과 욕구들을 한없이 절망시키게도 한 고통스러운 삶의 거울이다. 문명을 상대로 한 욕망들의 대립은 인간 스스로를 억압하고 핍박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문명의 지배자에 오르려 하고 있다. 지배자의 자리에 오르는 그것을 잡기 위해, 문명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마구 싸운다. 문명은 그런 인간의 죽음을 좌지우지하기에 이르러 삶을 지배하는 권좌에 올라섰다. 사람들은 문명이라는 권력을 향해 가고 있지만 문명이라는 권력에 떨고 있는 존재다. 문명은 사람이 사람을 가장 무섭게 했고 인간이 인간의 노예를 만들어 냈다. 문명 해방전쟁은 인류가 아닌 개개인의 안락함을 보장해 주는 개인의 해방전쟁이다.
시인은 “아., 폭우처럼 그렇게 소리내어 울고 싶다”며 문명으로 야기된 인간군상의 이기심을 떨쳐버리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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