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M, 그 길 위에 서다’
길은 꿈을 담는다. 그 길이 하나의 길이라면 무게감은 더한다. 쿰댄스컴퍼니가 마련한 기획공연 ‘KUM, 그 길 위에 서다’가 2월 6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과거의 꿈은 1993년 창단 이후 무용단이 걸어온 길을 영상으로 담았다. 2부 우리의 꿈은 ‘승무’ 공연을 통해 전통춤의 가치가 오늘과 조우된다. 마지막 3부 미래의 꿈은 신작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를 통해 내일의 꿈을 바라본다. 이번 공연은 쿰댄스컴퍼니 예술감독인 한양대 김운미 교수에게 헌정의 의미도 담겨 있다.
지나온 길과 현재의 길, 내일의 길을 담은 이 공연의 첫 문은 쿰댄스컴퍼니와 인연있는 분들의 영상 하이라이트가 열었다. 연출가, 의상디자이너, 작곡가, 쿰댄스컴퍼니의 전 대표와 단원 인터뷰 등이다. 특히 영상 중 ‘상생’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에서 함께 가는 길의 소중함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2부는 국가무형문화재 이매방류 ‘승무’를 무용단 예술감독과 문하(門下)의 박사 13명이 춤 동행을 펼쳤다. ‘사제동행(師弟同行)’이다. 솔로춤과 군무가 교차된 공연은 전통의 미덕을 내일의 전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3부의 신작 ‘걷다, 바라보다 그리고 서다’는 쿰댄스컴퍼니의 미래를 현재에서 바라보는 무대다. 서연수 안무, 강요찬 연출로 풀어낸 이 작품은 과거(K)-현재(U)-미래(M)를 하나의 길에서 마주하게 했다. ‘꿈’과 ‘길’을 직조시켜 정성스럽게 풀어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선 전통에 기반한 오늘과 내일의 춤이란 콘셉트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오브제 활용이 두드러졌다. ‘버선’과 ‘풍경(風磬)’이다. 버선은 작품을 빛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버선이 주는 전통의 이미지가 뇌리에 강렬히 박힌다. 무용수들이 군무 형태로 버선발의 움직임을 보일 때는 숭고함마저 들게 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버선의 의미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작품을 통해 모던하게 춤으로 담지된 것이다. 전통을 신고, 동시대를 춤추었다. 또한 작품의 처음과 끝을 여닫은 풍경의 적극적인 활용은 은유와 환유를 경계 없이 오간 오브제로 손색이 없다.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무대에 매달려 ‘시작’ ‘울림’ ‘들림’ ‘보임’이란 단어를 자연스럽게 만든 것은 공연의 큰 수확이다. 무대 세트이자 장신구 역할을 한 나무, 나뭇가지는 인간 나무로 형상화돼 뿌리깊은 나무에서 춤이 열리고, 꿈을 담고, 길이 열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공연이 시작되면 강요찬이 사다리를 들고 무대로 나온다. 타고 올라가 풍경을 친다. 시작이다. 이어 무대 좌측에서 무용수들이 버선을 신고 서서히 걸어 나온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람도 같이 걷기 시작한다. 여자 무용수 한 명이 무대로 뛰어 나온 후, 무대 위에서 내려온 풍경 꾸러미 속으로 들어간다. 반복적인 음악소리에 젖어든다. 여자 솔로춤과 남자의 무브먼트가 조화롭다. 무대 우측에서 군무진이 등장한다. 풍경 소리와 함께 인간나무, 나무인간의 모습이 오버랩돼 바람처럼 일렁인다. 목탁소리가 난다. 이 소리에 무용수들은 움직임을 분절하고, 연결시킨다.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가 유유히 퍼져나간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떨림이 타고 흐른다.
무용수들이 무대에 누워 두 발을 들고 있다. 그 사이로 나무인간은 나뭇가지를 하나씩 끼운다. 새로운 길과의 접합이다. 생명의 잉태다. 꿈의 길이다. 인간으로 형상화된 나무가 춤춘다.
음악도, 움직임도 공간을 채워 나가기 시작한다. 무용수들이 달린다. 바라봄의 군무다. 큰 행렬을 이룬다. 남자 무용수 한 명이 머리를 묶기 시작한다. 서연수가 객석을 응시한다. 바라봄은 계속 이어진다. 꽃가루가 천장에서 일시에 떨어진다. 씨앗이다. 무수한 열매를 맺기 위한 ‘춤길의 제의(祭儀)’다. 무용수들이 일순간 달려 오케스트라 피트까지 나와 좌우로 선다. 장관이다. 흡입력 강한 군무는 이번 무대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다. 웅장한 음악 속에 춤의 뿌리 내림이 더 견고해진다. 처음 장면처럼 풍경 소리가 마지막 실루엣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전통춤 ‘승무’가 모티브이자 뿌리 역할을 한 이 작품은 전체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와 동시에 지난온 길과 나아갈 길을 함께 마주하게 했다.
쿰댄스컴퍼니의 춤 여정을 영상, 전통춤, 창작춤으로 연결시켜 보여준 ‘KUM, 그 길 위에 서다’. 전통에서 출발한 우리춤의 성장을 꿈길로 연 무대다. 쿰(KUM)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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