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1:49
뉴스 > 연재기획
은자의 궁(隱慈 의 宮)-부부금슬(夫婦琴瑟)
가난한 목사의 시(詩)와 인생
스카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14-02-27 11:45:12
 ▲ 이미지=위즈데이타

은자의 궁(隱慈 의 宮)
 
슬픈 사슴 같이 목이 긴 아내가
더 이상 못살겠다며
밤새도록 독설을 퍼붓는다.
 
그런 아내가 아침 밥상에서
돔의 하얀 속살을 뜯어
내 밥에 소복히 얹어 놓는다.
 
잘못된 인연으로 만나
굵은 마디에 주름진 손
반 백년 삶의 내력이 가엾다.
 
가을 하늘 같이 맑고
하얀 눈처럼 포근한 마음으로
28년을 살아 온 두 딸의 엄마.
 
나만큼 밤새 맘이 아팠나보다
맨 밥이지만
국이 필요없다.
                                                                                                                 <深頌(심송) 안호원>
 
(회고) 묵직하고 착한 아내가 손톱 발톱 다 빠져버린 글쟁이에게 못 살겠으니 헤어지자고 한다. 오죽 했으면 그런 말을 할까 이해하면서도 아내의 속맘은 그게 아니란 거 다 안다는 글쟁이는 그래서 더욱 더 아내가 불쌍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름진 아내의 목덜미와 마디진 거친 손을 보면 가슴이 아프단다. 아내의 뜻을 따라 떠나고 싶지만 잔병에 찌든 아내의 수발을 위해선 그래도 자기가 필요하고 자기 또한 그런 아내가 곁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망설인다고 했다. 어진 아내가 분풀이를 한 후 아침 조반에 생선살을 발려 밥에 놓아주었는데 된 밥인데도 가슴이 젖어 국이 필요 없더란다. 그런 아내가 자신의 맘처럼 밤새 아팠나보다며 애석해 한다. 요즘 50대 중반 이후 가장의 모습인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 부부금슬(夫婦琴瑟)
 
금슬(琴瑟)이 너무 좋아 싸움이란 단어조차 모를 것 같은 부부가 이혼 얘기까지 해가며 싸웠다니 언뜻 이해가 안 간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독설을 심하게 퍼붓는 아내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더 아픈 것은 아내의 속마음이 헤어질 뜻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이심전심(以心傳心) 알기 때문이다. 실은 싸운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의 마음을 확인하는 기찻길 평행선의 동반자를 이어주는 절차에 불과했다. 시인은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얘기를 할까하는 생각에 울컥 치밀어 오는 아픔을 겪으면서 아내를 더 애틋하게 사랑했고, 아내의 속마음은 남편을 훨씬 애처롭게 바라보며 사랑했다.
 
두 사람은 영락없는 부창부수(夫唱婦隨)다. 돔의 하얀 속살을 시인의 밥그릇에 얹어 놓는 아내의 손길은 미안함과 순수함 그리고 배려의 백미로 보여진다. 하얀색을 시어로 유난히 많이 쓰는 시인에게 하얀 속살은 더없이 찡하게 다가왔으리라.
 
하얀 물고기 속살 덕에 국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가슴이 적셔진 순간 밥이 너무 맛있다. “가을 하늘 같이 맑은” 순수하고 고운 아내, “하얀 눈처럼 포근한 마음”을 가진 포용력이 넘치는 아내이기에 가진 게 많은 아내를 시인은 뒀다. 시인은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며 늘 감사하고 또 고마워한다. 삶에서는 부족한 게 서로에 많지만 서로를 챙겨주는 마음이 넘쳐 배가 부른 부부다.
 
숨은 자(隱者)가 아닌 숨은 자비(隱慈)를 시인은 황송해 하고 있다. 은자의 궁(隱慈의 宮)에서 시인은 여왕을 모신 듯 행복하다. 그 왕의 자비가 시인에게 온 몸을 휘감고 돈다. 시인은 싸워도 행복하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광고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38,627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