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의 ‘북춤’을 2021년도 무대에서 두 번이나 만났다. 첫 번째는 6월19일(토), 강동아트센터에서 개최된 ‘배정혜의 신전통Ⅴ’ 공연이었다. 두 번째는 12월12일(일), 창무국제공연예술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춤의 도상’ 중 ‘배정혜작품전’에서다. 공통 분모는 ‘신전통’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여러 작품들이 함께한 무대였다. 이번 12월 포스트극장 공연은 지난 6월 공연에서 김지은 무용가가 보여준 북춤 맛의 잔상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아니 더 숙성된 작품으로 ‘김지은표 북춤’이란 명제를 당당히 내놓는 순간이었다.
북춤은 두드림의 대명사다. 전투나 제의 때 사용됐고, 농악이나 불교의식무 등에서도 빠질 수 없다. 레퍼토리 측면에서도 ‘진도북춤’ ‘밀양북춤’ ‘문둥북춤’ ‘삼고무’ ‘오고무’ 등 다양하다. 친근하다. 여기에 김지은(리을무용단 지도위원)은 하나를 더 추가했다. 바로 ‘품바’다. 품바는 타령의 장단을 맞추고, 흥을 돋우는 소리이다. 품바가 처음으로 기록된 문헌은 신재효의 한국판소리 전집 중 ‘가루지기타령(변강쇠타령)’이다. 역사적으로도 그만큼 우리네 삶과 궤를 함께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각설이로 유명하지만 그 속엔 감추인 한과 울분이 동시에 자리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품바에 함축된 의미가 ‘사랑을 베푼 자만이 희망을 가진다’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역설과 변주의 가락과 동작에는 동화(同化)될 수밖에 없는 힘이 있다.
이날 공연은 총 여덟 작품 중 코로나19로 인해 일곱 작품만 선보였다. 피날레 무대를 장식한 ‘북춤’은 신명성·연희성·연극성·놀이성 등을 춤에 담아냈다. 조정근의 구음과 어우러져 두드림과 울림의 번짐과 스며듦을 만끽할 수 있었다. 구음하는 자가 김지은을 불러낸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각설이 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품바의 모습은 등장만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묵직한 구음이 무대 우측에서 울린다. 북채를 든 양손이 중심을 잡는다. 춤의 호흡이 공간을 채운다. 김지은이 무표정한 표정을 순간 짓는다. 느낌이 배가 된다. 담백하되 담대한 울림이다.



밀도있는 두드림이 이어진다. 춤 공력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김지은의 표정이 밝아진다. 관객들과 눈을 장단 하나에 하나씩 맞춰 이어 나간다. 빠른 발놀림 후 춤의 가속도가 붙는다. 휘몰아친다. 박수 소리 높다. 한 발을 들고 돌 땐 발레 테크닉을 보는 듯하다. 희극적 놀음이 절정을 향해 달리는 순간이다.
다양한 춤 레퍼토리를 지니고 있는 김지은은 이번 ‘女-풍류Ⅵ’ 무대를 통해 자신만의 춤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오랜 시간 다양한 춤 학습과 무대, 교육 등을 통해 춤 공력을 다진 김지은의 이번 ‘북춤’은 북춤의 영역 확장이란 기본 성과 외에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품바 정서에 잇대어 해학적으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신(新)전통춤에서 요구되는 지점에 정확히 도달해 있었다. ‘김지은의 북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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