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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자동차 대 사람, 미래 도시의 과제
새로운 교통 규칙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바꿀 수도
자동차와 도시의 관계설정은 전문가의 지속적 과제
유영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0 09:20:55
 
▲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우회전 때 일단 멈춤’이라는 새로운 규칙이 등장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는 무조건 멈추지만, 보행자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연일 헷갈리는 상황을 마주한다. 운전을 하다 보니 일주일 새 우회전 차선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사실은 확실히 이전보다 길을 건너는 행인을 더 관찰하게 된다는 것이다. 행인이 도로 끝에 닿길 기다리며 누가 얼마나 빠른 걸음걸이로 걷는지 자세히 보게 됐다. 도로교통법의 변화가 길거리의 사람들을 대하는 필자의 시야를 바꿨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길을 마주하고 세상을 마주하는 한 사람의 일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제도의 등장은 단순히 생활의 규칙만 바꾸지 않는다. 도시 공간을 바꾸고 사람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킨다. 특히 매일 길을 나서며 다양한 사람, 사물과 만나는 일상 안에서 길에서의 우선순위를 누가 점유할 것인가는 계속되는 질문으로 자리잡아 왔다.
 
그중 자동차는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위험성과 환경오염 등 인간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자동차가 가져온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도시계획 안에서도 오랫동안 주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자동차와 도시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1939년, 뉴욕 박람회로 찾아가 본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주제는 교통이었다. 특히 퓨처라마(Futurama)로 불린 제너럴 모터스 전시관에서는 미래 도시를 주제로 회전의자에 앉아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영상 쇼가 펼쳐졌다. 20여년 후인 1960년대 미국 미래 도시를 그린 디오라마에는 휘황찬란한 고속도로가 도시의 뼈대를 이루고 있었다. 원격 조종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모형이 함께 선보인 이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나는 미래를 보았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기념품으로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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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같은 박람회의 포드 전시관은 ‘미래의 길’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였다. 관객들은 최신 자동차 모델을 직접 운전해볼 수 있는 시험 도로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철판부터 완성차까지 진행되는 제작과정에서부터 시험운행까지 이어지는 최첨단 자동차 기술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처럼 1900년대 초반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게 자동차는 미래 도시를 상상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했다. 미래 자동차, 나아가 탈 것의 변화는 미래 도시의 안내자처럼 우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제, 무한한 속도로 질주하는 고속도로로 첨단 미래 도시를 이야기하던 자동차 제조 기업은 이전과는 다른 시각의 미래 도시의 모습을 선보인다. 특히 지속가능한 삶을 화두로 도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동차가 도시 확장과 성장의 지대한 공헌을 했으나 그만큼 도심 과밀화, 환경 문제 등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 이동을 주제로 상상력을 펼쳤던 아키그램의 움직이는 도시(Walking City)는 유연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구체화하였다. © Archigram archives
 
살기 좋은 도시를 위한 자동차와의 도시 공간의 관계 설정은 유토피아적 도시를 꿈꿨던 여러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에게 지속적인 과제로 제시되어 왔다. 20세기의 많은 도시 계획안이 취한 자동차 도로 축소 설계, 보차 분리 등 전략에서 도로를 통해 도시 안에서 자동차 흐름에 영향을 주고자 한 노력을 읽을 수 있다. 20세기 모더니즘의 가장 영향력이 컸던 르 꼬르뷔지에의 1920년대 저작 ‘새로운 건축을 향하여’에서도 자동차와 관련하여 교통 체증이 화두로 등장한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이동 수단이 우리의 일상 안에 자리 잡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논의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자동차와 사람 사이의 적절한 선을 그리는 것이 되었다. 단순히 인도와 차도로 서로를 분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자동차, 나아가 이동을 위한 다양한 기계와 인간의 이동, 즉 길을 어떻게 규정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삶의 모양새를 갖출 것이냐는 질문이 지속되어 왔다.
 
이 외에도 자동차가 아닌 아예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되어 왔다. 1930년대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제안한 브로드에이커(Broadacre) 도시에는 흥미롭게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도심형항공교통, 드론이 등장한다. 1960년대 활발히 활동한 영국 건축 그룹 아키그램은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되는 교통수단을 상상해내었다. 자동차를 조립하고 생산해내는 것처럼 장소와 상황 또한 만들고 분해하며 변화할 수 있다는 가정을 구상한 안이었다.
 
이렇게 흥미로운 대안들은 어떻게 하면 도시에서의 삶이 더 쾌적하고 안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처럼 보인다. 하늘을 나는 차를 상상하고 고속도로로 주거지와 차량 이동의 구획을 공고히 하며 원격 조종되는 차량 등 미래기술로 더욱 편리한 일상을 구체화하였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위험이나 환경오염 등 생활의 요소들을 최소화하려는 바탕이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을 통해 자동차의 흐름을 제어하는 전략이 전 세계 도시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많은 도시에서 도심 내 내연기관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기 위해 차 없는 거리, 공유 주차 장려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동 기술의 집약체인 자동차를 넘어서 자동차가 머무는 시간과 공간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도시 공간 계획이 실체화되고 있다.
 
이동 수단과 이동 방식의 변화는 하나의 제도로서 도시 공간에 구현된다. 그동안 도시 공간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건축가와 도시 계획가들은 도시의 규범을 공간화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해왔다. 동시에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업들이 다양한 이동 수단을 선보이며 이동의 생활과 도시 공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제안하고 있다. 3년 뒤 하늘을 나는 항공 교통과 자율주행 차량이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기술의 변화를 도시 공간으로 체감하는 일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될 주요한 질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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