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 개심사 ⓒ스카이데일리
회심(灰心)
이른 아침 일터로 나간
아내가
차려 놓은 식단
사열을 받는 병사처럼
가즈런이 진열 되어있다.
미운 곳이 없는
아내의 정이 소록소록 솟아난다.
접시를 닦는다.
회심(灰心)에 마음을 닦아내듯
하나하나 물기를 닦는다.
아내의 마음처럼 뽀얀 접시를
하얗게 닦는다.
닦고 또 닦으며
마음에
설거지를 한다.
<深頌(심송) 안호원>
☞ 아내의 식탁
가정의 식탁은 사랑과 생명이 매일 매일 움찔거리는 축복의 심장이다. 못난 남편 때문에 일터로 나간 아내의 뒷모습만 그려봐도 눈물겨운 시인의 눈앞에 보인 식탁은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버티게 해주는 무한 사랑의 아련하면서도 강인한 아내의 자화상이다. 그곳에 놓인 반찬들이 아내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는 생각만으로도 시인은 세상을 가볍게 살 수 없고, 단 한순간도 다른 여성을 상상할 수 없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회심(灰心)을 시어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복받침이 몰려든다. 회심이란 ‘욕심도 없고 유혹도 받지 않는 재처럼 사그라진 고요한 마음’이라고. 다른 말로는 무심(無心)이다. 어려운 시어를 갖다 쓰면서도 접시를 닦는 마음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다. 그 순진함이 회심의 한켠이라면 당연할 테지만 원 없이 순진해지고 싶은 마음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시인에게는 마음을 수양하는 시간과도 같다. “닦고 또 닦으며”란 분위기가 마치 목회자이면서 절을 자주 들락거리는 시인의 눈 풍경에서 나온 느낌이 든다. 스님들의 도 닦는 모습이 연상되는 것이 무리가 아닌 것은 그만큼 산을 찾으면 절도 찾아 정다운 분위기를 느끼고 돌아오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설거지를 한다”고 보태니 영락없이 수도승에 버금간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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