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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유상(有常)과 무상(無常)
가난한 목사의 시(詩)와 인생
스카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14-04-14 10:43:12
 

 ▲ 사천왕(四天王)은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것 외에도 인간의 선악을 관찰하는 수호신의 신앙적 상징이다. 사진은 대구 동화사 내의 사천왕상 전경. ⓒ스카이데일리

용서
 
미치도록 긴 폭염이 찾아와
내 겉살을 밀어낸다.
미끈한 살덩이 여기저기서 성난 촛불 같은
불꽃이 솟아난다.
유상(有常)과 무상(無常)을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라고
천형(天刑)의 고통으로 분노하는 빗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제 그만
거리의 촛불을 꺼달라며 어둠의 시간을 지워간다.
가뭄 같은 내 마음에 빗 물 같은 눈물이 내려
갈라진 논바닥을 적시듯 적시고 싶은 밤이다.
 
                                                                                          <深頌(심송) 안호원>
 
☞ 유상(有常)과 무상(無常)
 
육계의 삶 속에는 옥황상제들이 흔하게 넘처난다. 자그마한 상처에도 증오와 미움 그리고 적의(敵意)들이 판친다. 마음과 눈으로 그리고 말로 서로를 죽이고 살린다. 인간을 심판할 권리, 단죄할 권능을 인간 모두가 가졌는가 싶을 정도로 옥황상제의 전지전능이 육계에 내려왔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시인도 사람이다. 온갖 억울한 심판과 단죄를 하도 많이 당해서 이골이 나기도 했겠건만 “미치도록 긴 폭염이 찾아오자” 참지 못할 만큼 “겉살을 밀어낼” 정도로 “살덩이 여기저기서 성난 촛불 같은 불꽃이 솟아나는” 심정을 여과 없이 토해냈다. 시인은 자꾸만 ‘캄-다운’을 외쳤으리라.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라고”하면서 용서의 길을 택하고 또 택했다.
 
시인 스스로 “유상(有常)과 무상(無常)을 헤아리지도 못한다”고 자조하니 번뇌와 해탈의 시공간을 왔다 갔다 했다. 심판하고 단죄하는 현실의 삶이 인간군상의 천형(天刑) 그 다름 아니다. 저마다 그 칼끝에서 고뇌하고 번민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무엇보다 심판하는 자가 심판 당하는 자 보다 더 고통스러움을 시인은 안다. 미움과 증오로 마구 칼질하는 고통은 영혼이 빼앗기고 생명이 빼앗기는 극단의 아픔이다. 심판하는 자의 마음에 심판 당하는 자의 상태가 고스란히 들어 있음을 진실로 안다면 심판하지도 않고 심판당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시인은 그것을 안다. “그리고 이제 그만”을 되뇌이며 “거리의 촛불을 꺼달라”고 한다. 거리의 미움과 증오들이 꺼지라고 주문한다.
 
시인은 가족을 고생시킬 그나마 가진 재물의 사기를 당하고 보증 사기까지 당했다. 인간이기에 죽이고 싶도록 심판하지만 시인은 끝끝내 용서를 빌고 있다.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메말라 “가뭄 같은 내 마음”이라고 했지만 다른 한 켠 눈에서는 “빗물 같은 눈물”이 용서와 함께 주룩 내린다. 가족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사기 친 언론사 후배를 용서해 더 미안한 뜨거운 여름밤. 논바닥까지 적실 눈물이 시인에게서 흘러 내렸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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