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1:04
뉴스 > 연재기획
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NHK 시청료 깎아 줬는데 일본인들은 왜 시큰둥한가
디지털 선점 음모·첨단기술 무시·선택권 말살 등
인하 뒤에 숨어 있는 ‘국민 권리’ 침해적 요소 때문
이혁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1-04 09:26:46
 
▲ 이혁재 언론인·칼럼니스트
일본 공영방송 NHK가 내년 10월부터 시청료를 10% 인하한다. 지상파와 위성방송을 모두 볼 수 있는 ‘위성 계약’ 시청료는 현재 월 2170엔(약 2만940원)에서 1950엔으로 10.1%, 지상파만 시청 가능한 ‘지상파 계약’도 월 1225엔에서 1100엔으로 10.2% 인하한다. 그간 방만한 경영으로 지탄받던 NHK에 대한 일본정부의 시청료 인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NHK는 시청료 인하가 “과감한 구조 개혁의 결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조 개혁 덕분에 예산에 여유가 생겨, 연간 450억 엔 정도의 시청료 인하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NHK 시청료 문제는 그동안 일본 사회의 논쟁 거리였다. KBS의 시청료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청구되는 것과 달리, 일본은 계좌이체나 카드·지로 등 별도로 납부하기 때문에 납부를 거부하는 가구가 19%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인터넷 방송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NHK를 보지도 않는데 왜 돈을 내는가”라고 반발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NHK 시청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정당까지 등장했다.
 
우리의 KBS 시청료 현실을 감안할 때, 그리고 여기까지만 볼 때 NHK의 시청료 인하는 미담에 속한다. 우리 같으면 “아이고, 고맙습니다”며 덥석 받아먹을 사안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말들이 많다. NHK의 거대한 디지털 음모론을 비롯한 음침한 속셈들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차례대로 보자. 우선 ‘디지털 음모론’. 음모론이 확산된 계기는 9월 일본 정부가 개최한 ‘인터넷 사업 확대와 인터넷 시대의 NHK 시청료 제도에 관한 회의’이다. NHK는 발표에서 “앞으로 인터넷·디지털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NHK는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되고 존립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표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불렀다. NHK가 TV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자에게까지 시청료를 받을 심산’이라는 우려를 낳은 것이다. 
 
광고
물론 NHK는 부인했지만 일본 신문협회 미디어개발위원회조차 “장차 인터넷 시청료 도입까지 계산에 넣고 있다”며 비판했다. 지상파 TV 시청을 위한 ‘중계 철탑’을 구축한 것과는 달리 NHK가 인터넷 통신 인프라 구축에 기여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인터넷으로 TV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시청료를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일본인들은 갈수록 TV에서 멀어지고 있다. 10~20년 후에는 NHK가 사라질 것이란 주장마저 있다. 그런 사태에 대비, TV 시청료를 인하하며 선심쓰는 척하면서 뒤로는 인터넷 시청자에 대한 시청료 징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둘째, 기술 배척에 대한 반감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기술을 존중한다. 그런 일본답게 ‘NHK 시청을 막아 주는 첨단 장비’도 개발됐다. 그런데 “왜 법원은 그런 기술을 불법으로 판단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판의 선봉에 선 인물은 명문 쓰쿠바(筑波)대학 가케야 히데키(掛谷英紀) 교수. 그는 대학 교수 직함보다 NHK의 수신을 막는 장치인 ‘IRANEHK’를 개발한 사람으로 더 유명하다.
 
일본에는 NHK 시청료 징수원이 찾아오면 “앞으로 또다시 NHK 전파를 우리집 쪽으로 쏘면 니들 회사에 불을 질러 버리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가케야 교수는 NHK 전파만을 차단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직경 21mm 길이 75mm의 이 장치를 TV 뒷면 안테나 입력 단자에 부착하면 NHK 주파수가 차단된다. IRANEHK는 일본말로 ‘NHK 따위 필요없다’는 말과 음이 비슷하다.
 
NHK 시청료 징수 규정에는 ‘NHK를 시청할 수 있는 장치(=TV)를 가진 사람’은 시청료를 내야 한다고 돼 있다. NHK가 싫어도 ‘TV가 있다면 시청료를 내야한다’고 NHK가 주장하는 근거다. 그런데 IRANEHK를 부착한 TV는 더 이상 ‘NHK를 시청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시청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하지만 일본 법원은 IRANEHK 관련 소송에서 NHK의 손만 들어 줬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논리다. 반대론자들은 “국민에겐 NHK와 계약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일반 유료방송처럼 “NHK를 보고 싶은 사람만 계약하고 시청하게 ‘스크램블’ 처리하라”고 주장한다. 즉 넷플릭스·왓챠·디즈니 같은 유료채널처럼 보고 싶은 사람만 NHK와 계약해 보라는 것이다. 볼 자유는 물론 보지 않을 자유도 국민에게 돌려 주라고 주장한다. 선택의 자유 주장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이유들을 내세우며 NHK의 시청료 인하를 마냥 환영하기보다 면밀히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우리도 한번 제대로 생각해 보고 KBS 등 공영방송들을 찬찬히 지켜보자.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1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33,858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