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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산타클로스가 스코틀랜드의 한 마을에 찾아오기로 한 날
올해는 거리도 가게도 썰렁한 크리스마스 분위기
“Have you been good?(그동안 착하게 지냈니?)”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23 09:01:47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영국 역사 특유의 종교 문화와 맞물려 영국인들의 생활양식 깊이 자리 잡은 중요한 연중행사이다. 그 의미심장의 정도를 따지자면 한국에서 어른들이 구정을 준비하고 어린이들이 설을 고대하는 우리 국민 정서와 비교할만할 것이다. 물론 실제 축제의 분위기로 따지자면 한국은 수직으로 통하는 가부장적 질서로 일괄되어 있다면 영국은 각 가정을 기본 단위로 사회관계가 수평으로 확장되는 데서 오는 차이점이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한 달 전부터 가정은 물론 마을의 거리와 광장에 크리스마스트리장식을 시작한다. 어른들은 가게와 크리스마스 시장을 돌아다니며 카드와 선물을 사고 크리스마스 음식을 꼼꼼히 장만하고 초대 및 방문 계획을 잡느라 바빠진다. 카드와 선물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도착하도록 보내므로 각 가정에는 거실이나 서재의 벽면에 친지·친구·이웃이 보내온 카드로 가득 채워지게 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체국이 스트라이크 중이어서 카드 배달이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의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이 우편집중국에 산더미로 쌓여있고 그 광경이 조형예술 작품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이 와중에 누구보다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가족 구성원은 어린 자녀들이다. 그들은 일 년 내내 “말 잘 듣지 않으면 산타가 선물을 가져오지 않을 거야!”라는 말에 착한 어린이가 되도록 노력해왔고 크리스마스는 바로 그 보상을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지난밤 침대 끝에 매달아 놓은 양말에 산타가 채워놓았을 작은 선물들을 챙기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고 갔을 커다란 선물을 열어볼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들은 산타로부터 받은 선물을 가지고 밖에 나가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함께 놀 생각에 한껏 부풀어 있게 된다.
 
▲ 스코틀랜드 컬른에서 마을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가 이야기로 들었던 영국의 크리스마스를 한 가족 파티에 초대되어 진짜 크리스마스를 경험한 것이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아직도 그날의 아름다웠던 기억은 어제인 듯 생생하다. 특별히 생전 처음 본 크리스마스 크랙커 (Christmas Cracker) 때문에 어리둥절해야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 아직도 멋쩍어진다. (식탁에 둘러앉아 두 사람이 크랙커의 끝을 한쪽씩 잡고 동시에 잡아당겨 절반을 가지는데, 여기에 들어있던 종이 왕관을 꺼내 쓰고 장난감을 갖고 재미있는 글이 적힌 종이을 꺼내 함께 읽은 후 크리스마스 식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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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찰나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소식과 에너지난과 경제난으로 예전의 풍요롭고 흥겨웠던 크리스마스를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거리나 가게에서는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고 동네 마트에 민스파이(다진 고기와 과일 등을 넣어 만든 파이)나 크리스마스 푸딩 등이 흐드러지게 쌓여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유기농 크리스마스 터키(칠면조) 농장은 예년의 단골손님들이 값싼 냉동 터키를 파는 마트를 찾아가서 올해 터키 농사를 망쳤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전과 같지 않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늘은 스코틀랜드 한 마을에 산타클로스가 오기로 되어있는 날. 드디어 온통 크리스마스 불빛과 썰매와 사슴들로 장식된 소방차 두 대가 ‘징글벨’ 음악을 울리며 광장 뒤 언덕을 천천히 내려와 요란하게 광장을 지나간다. 연이어 백파이프 연주자의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 소리와 함께 산타클로스 행렬이 소방차가 내려왔던 언덕을 내려온다. 유모차에 앉은 아기들과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를 따라 마을 광장 중앙에 모여들자 산타클로스는 그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나눠준다. 끝으로 마을 사람들이 10부터 제로까지 카운트다운 하니 산타클로스는 마을 광장의 크리스마스 불을 밝혀 오늘의 행사를 끝마쳤다.
 
코로나 발발 이전에 산타는 사슴과 알파카 등과 함께 썰매를 타고 와 온종일 마을 광장에 마련된 산타의 동굴(Grotto)에 머물며 찾아오는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곤 했다. 오늘의 행사를 마치며 부모들은 이전의 신나는 산타클로스 오는 날을 자녀들에게 구경시켜주지 못해 서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스코틀랜드의 겨울
  
“Have you been good?”-산타의 동굴(Grotto)에 방문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기 전 산타가 “그동안 착하게 지냈니?”라고 묻는다. 이때 어린이가 선물을 받고싶은 마음에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면 어린이의 코가 피노키오처럼 길어진다고 전해진다.
 
“Are you ready for Christmas?”- 영국인 친구 간에 크리스마스 전에 만나면 “크리스마스 맞을 준비 다 했니”라는 말로 인사를 나눈다.
 
‘A mince pie and a glass of sherry’-크리스마스 선물을 배달하러 온 산타클로스를 대접하기 위해 각 가정에서는 ‘민스파이 한 개와 쉐리 한잔’을 탁자 위에 차려놓는다.
 
“What did Santa bring you for Christmas?”-크리스마스 날 어린이들이 친구끼리 모여 “너는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가져왔니?”라고 서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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