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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권의 위기관리]
군의 무인기 대응 실패는 전화위복의 기회다
정찬권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1-11 11:50:15
 
▲ 정찬권 숭실대 대학원 겸임교수·前국가위기관리학회장
지난 연말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복귀한 사태는 새해 벽두에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경제·민생·대외관계 등의 주요 현안들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여야는 함께 북한 도발 규탄 성명을 내기는커녕 서로 네 탓 공방에 정신없고, 군은 경계·작전 실패를 인정하진 않고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치기를 등한시하는 정치권과 군의 볼썽사나운 행태는 심히 우려스럽다.
 
북한은 아군의 대비가 덜 된 예상하지 못한 지점(攻其無備 出其不意), 즉 취약성을 기습하여 성공했고,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 군은 체면을 크게 구겼다. 첨단장비와 무기체계를 갖춘 우리 군이 허접한 무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허망하기 짝이 없다.
 
그간 북한은 핵무력을 법제화하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 핵무력 강화를 공언해 왔다. 이번 무인기 침투 도발은 아군의 대비 태세 확인과 사회 교란을 목적으로 자행한 것이라고 본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검토, 드론부대 창설과 드론 전력 증강 그리고 미국과 핵전력 ‘공동기획·공동 연습’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가히 남북이 마주 보고 파국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기차와도 같은 형국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공짜로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군 재정비와 위기대응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엄정한 군 기강 확립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에서 군의 경계·작전 실패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대화로 나라 지킨다며 훈련 축소·폐지를 주도한 문재인정부의 탓이 제일 크지만, 군 수뇌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군의 상황 전파, 보고 지연·누락과 격추 실패는 군 기강 해이와 훈련 부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적과 싸워 이기는 군대는 결기에 찬 구호가 아니라 엄정한 군 기강과 피나는 교육훈련을 통해 육성되기 때문이다. 군을 쇄신하고 제자리 잡기를 위해 읍참마속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북한 도발 대응 시스템 재설계다. 현(現) 한·미연합방위체제 위에 한·미 미사일방어(MD)시스템 통합,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협력 및 연합MD체제 구축을 적극 검토하고, 육·공군으로 이원화된 방공체계도 통합·일원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를 방치하고 반미·반일 감정만을 내세워서는 주권과 국민 보호가 사실상 곤란하다. 일본의 자위적 선제 타격에 사전 동의 운운하는 인식과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한때 총부리를 겨눴던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는 현실 직시의 행동은  전략적 사고와 일탈 없이는 불가능한 법이다.
 
셋째, 대외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화 쇠퇴와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의 무기화를 불렀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첨단산업 보호·전략물자 수출입 규제 등 수많은 새로운 규범과 신뢰 기반의 대외정책 수요를 증대시켰다. 이런 흐름에서 윤석열정부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는 쪽으로 중장기 외교안보 전략을 짠 것은 방향성과 주제를 올바르게 설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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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Quad)·오커스(AUKUS)·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소다자(小多者)협의체를 지지하고 참여해야 한다. 우리 국력과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측면에서 역내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역할 확대도 필요하다.
 
넷째, 비군사 안보 분야 대비대응태세 강화이다. 북한 도발 억지와 국가비상사태 시 응징 보복과 피해 최소화 대책인 비상대비·민방위 분야를 확인·강화해야 한다. 평시 위기 관리와 전쟁 승패를 좌우하는 국가동원의 중요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잘 증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상기획위원회를 해체한 것은 비군사 안보를 허문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비무환 차원에서 국가·지자체의 비상대비·민방위 조직과 인력 운영, 동원계획 수립, 자원비축 관리, 민방위 대피시설 확충, 관련예산 확보 등의 사안을 심도있게 확인하고 미흡한 점은 보강해야 한다. 이 분야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큰 코 다칠 수 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사실을 알려 줄 뿐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국제질서 재편과 격동하는 역내 안보정세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몽상적 이상주의와 평화는 현실이 아니다. 군은 이번 무인기 대응 실패를 뼈저리게 성찰하고 심기일전하여 싸워 이기는 군대 재창조에 매진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군 기강 확립과 실전 같은 훈련을 재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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