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처리 상황을 보고 돌아와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회견이 뭐 그리 중요한 일 같지는 않다. 국민의 절반은 별로 과학적이지 않고, 뭐라 설명하건 절반은 어차피 안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상식은 우리나라에선 설 땅이 좁다. 낯선 일도 아니다. 광우병·천안함·세월호·사드(THAAD) 갈등을 통해 줄기차게 경험해 왔다. 그걸 알면서도 기자회견을 열다니 지극정성이다.
상식이 있다면 생각해 보자. 후쿠시마 앞바다가 가장 심하게 오염됐던 건 12년 전이다. 그해 3월 후쿠시마 원전 1·2·3·4호기가 연달아 폭발했다. 요오드‧세슘‧삼중수소 등 온갖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바다로 쏟아져 나왔다. 후쿠시마 바닷물이 가장 먼저 도달한 캐나다에서 한 학자는 2017년 이렇게 평가했다.
“북태평양 인근의 해양 생물이나 인간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 최고 수준(2015~2016년)일 때도 지상 핵무기 실험이 금지되기 전인 1950년대 후반과 60년대 북태평양에서 측정된 오염도의 약 10분의 1 수준이었다. 앞으로 이 수치는 더욱 감소할 것이다.”
이 과학적 기사에 댓글이 달렸다. “당신 말대로 정말 안전하다면 왜 일본인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바다에 터널을 파고 먼바다에 방류하겠느냐? 어림 반 푼어치 없는 소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함께 쓰는 우물에 독극물을 퍼넣으면서 ‘이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민 건강과 어민들 생계에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만큼 전문성도 없는 기자들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라”는 댓글도 달렸다.
좀더 ‘심플한’ 예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정부 시찰단이 후쿠시마로 출발하기 전 “시료 채취도 없고, 시찰단 명단도 없고, 언론 검증도 없는 ‘3무(無) 깜깜이’ 시찰”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 신뢰를 위해 시료를 채취했고, 시찰단 21명 명단을 모두 밝혔고, 일본 현지에서도 언론에 브리핑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회 앞에 내건 현수막 글귀는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는 방사능 테러다!’였다. 귀국한 시찰단의 결과 발표에 대한 환경단체 반응은 “우려했던 대로 일본 정부의 들러리만 섰다”였다. 이 대표의 ‘3무’를 다 해소했는데도 “왜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나” “장비도 없이 눈깔로만 분석했나” “개가 웃을 소리하네” “가기 전에 윤석열 시키는대로 결론 냈으면서” “돈 들여 외유는 왜 가냐”는 댓글도 줄을 이었다.
오죽하면 민주연구원 부원장까지 지낸 야당 인사가 “민주당의 주장은 저 같은 사람에게조차 설득력이 없다”고 했을까. 그리고 이 발언에 대한 댓글은 “곧 국민의힘 입당할 사람”이었다. 그러니 ‘후쿠시마 설득’은 불신자를 부처님으로 만드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합리적인 설명은 그렇게도 헛된 짓이 되겠지만 정말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다음과 같은 의구심에 대해 설명해 보기로 하자.
(1) 삼중수소를 아무리 희석시켜도 독은 독 아닌가…
로마의 명의 파라켈수스가 남긴 명언에 ‘용량이 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도 극소량을 섭취하면 문제없다. 독이 전혀 없는 설탕도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
(2) 해양 방류 시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가 연간 22조 베크렐(Bq)에 달한다는데…
동해에는 연간 1000조 리터의 비가 내린다. 그 빗물 속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약 50배인 1000조 베크렐이다. 단위에 ‘조’가 붙었다고 모두 엄청난 건 아니다.
(3) 일본 어민들도 해양방류에 반대한다는데…
국내 언론이 제대로 보도 안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주장에 관한 것이다. 일본 어민들이 해양 방류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물고기들이 방사능에 오염되고 말 것’이란 한국의 여론이다. 이 여론 때문에 어류 수출의 길이 막히는 걸 걱정한다. 일본 말로 그걸 풍평(風評)이라 부른다.
(4) 중국은 바다 말고 호수에 버리라는데…
호수에 버리건, 농업용수로 쓰건 물은 바다로 간다.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는 노랫말도 있다.
광우병 괴담 때 활약했던 단체 중 195개가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저지 공동행동’에 들어가 있다.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환경운동연합·한국YMCA연맹·민변·민노총 등이다. 그들의 원전 괴담은 기장군에서 결실을 거뒀다.
부산시는 식수 부족을 겪는 기장군에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시설을 2014년 완공했다. 그런데 완공 후 “담수화 시설에서 11km 떨어진 곳에 고리 원전이 있다”는 말이 환경단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부산시가 서둘러 조사했지만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은 단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
미국위생재단(NSF)에 10여 차례 방사능 관련 52개 항목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지만 역시 단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 애가 탄 공무원들이 직접 담수를 마셔 보였지만 괴담을 극복하진 못했다. 2000억 원 들여 만든 국내 첫 해수담수화 시설은 그래서 고철로 녹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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