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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건강하게 쉬면서 아름답게 존재하는 법
척추를 반듯이 펴고 눈을 감는 일의 이익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14 06:32:00
▲ 김성수 작가 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당신이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누군가 까닥까닥 졸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밥 먹다 돌 씹은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의 모습은 눈을 감았을 뿐만 아니라 방아깨비처럼 고개를 까닥이며 방아를 찧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을 감되 척추를 곧게 편 자세로 앉아 있다면 그에 대한 생각은 달라진다. 당신의 말을 깊이 경청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에 탔거나 강연을 들을 때 나는 ‘척추를 곧게 편 채’ 눈 감고 있기를 즐긴다. 눈이나 몸이 묵지근할 때도 ‘눈 감고 척추 세우기’를 즐기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을 감고 30초나 1분 쯤 멈췄다가 다시 쓰곤 한다. 눈이라는 감각 기관이 갖는 유별성과 특수성을 따져 보면 그 이유는 자명하다. 이런 자세가 주는 이익이 넘치기 때문이다.
 
‘나’라는 생명체는 6가지 감각 기관이 온갖 경험과 기억을 쌓아서 만든 존재다. 이 6가지 감각 기관이 하는 일을 그치면 나는 나를 경험할 수 없다. ‘눈-보이는 것, 귀-소리, 코-냄새, 혀-맛, 피부-감촉, 마음-생각’이라는 대응적 관계를 보면 금세 알게 된다. 눈은 보이는 것만 접촉할 수 있고, 귀는 소리만 접촉할 수 있다. 감각 기관은 이렇게 엄격한 ‘1 대 1’ 파트너십을 발휘하여 정보와 경험을 축적한다. 그 정보들을 우리는 기억이라고 하고, 그 기억의 집합이 ‘나’라는 존재를 형성한다.
 
나라는 존재의 대부분이 ‘기억’으로 구성된 것임을 증명하는 일은 간단하다.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을 빼 보면 알 수 있다. 부모·형제·부부·자녀·친구·동료·지식·상식·신념·철학… 등을 뺄셈해 보면, 그래도 몸은 남는다고? 아니다. 당신은 자신의 몸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오묘하고 아름다운 존재의 균형을
 
어제의 몸은 기억인가 실재인가? 틀림없이 기억이다. 기억이 아니기 위해서는? 지금 어제의 몸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하지만, 어제의 몸은 지금의 몸과는 몸무게도 다르고, 혈압도 다르고, 당 수치도 다르다. ‘지금의 몸’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는 순간에도 당신은 강물이나 홀로그램처럼 ‘지금’을 스쳐 지나고 있다. 몸을 포함한 느낌·감정·생각·기억…, 그 어떤 것도 붙들 수 있는 것은 없다. 흐르는 강물을 붙들어 맬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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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삶은 ‘지금 여기’뿐이다. 이 사실을 각성하고 있는 사람은 모든 순간 새로운 삶을 산다. 하지만 당신은 ‘새로운 삶’보다 ‘과거나 미래’를 붙들어 왔던 습성이 뿌리 깊다. ‘모든 순간이 새로운 삶’이라는 말을 수백 번 들어도 내 삶으로 흡수되지 않는 이유다.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를 지향하는 습성은 지나가는 배를 유혹하여 난파시키는 그리스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래처럼 심연(深淵)을 건드리는 유혹이다. 당신의 내면에는 늘 세이렌의 노래가 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이 그런 유혹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기를 기원한다. 적절한 시공간 속에서 척추를 곧게 세우고 눈 감는 시간을 누리시길 응원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여 습관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만약 흘러가는 삶에 대해 ‘주도적 멈춤’을 하기로 했다면 왜, 눈을 감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눈은 80·90%의 외부 상황을 수용한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등 시각적 욕망이 가세하면 눈의 노동량은 95%를 상회한다. 눈을 감는 행위는 그런 현상과 흐름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나의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정보를 80% 이상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을 나는 감히 초단기 출가(出家)라고 표현한다. 30초도 좋고 1분도 좋다. 2분이면 더 좋다. 눈을 잠시 감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 풍진 세상’을 떠난다. 그곳에서 당신은 뜻밖에도 내면의 지극한 고요를 만나기도 한다.
 
척추를 곧게 세우는 이유가 있다. 척추를 바르게 세우는 것은 척추동물이 몸으로 연출할 수 있는 최상의 미학(美學)이다. ‘척추동물문 포유강 영장목’인 사람에게는 그보다 더 큰 이익이 있다. 몸의 중용(中庸)을 실 체험하는 일이다. 긴장으로 뻣뻣한 상태도 아니고 지나친 이완으로 허물어진 것도 아닌 상태, 신경이 곤두선 것도 아니고 헤실헤실 풀어진 것도 아닌 상태, 산만하지 않지만 깎아놓은 오이처럼 삼엄하지도 않은 상태. 이렇게 오묘하고 아름다운 존재의 균형을 ‘지금 여기’에서 실연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개숫물 버리듯 이 아름다운 자세와 기회를 마구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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