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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명상은 내게 ‘괜찮아’라고 해 주는 것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자신에게 실컷 해 주자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11 06:31:00
▲ 김성수 작가·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내 의식 안쪽에서 습관처럼 올라오는 말, 한 구절이 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다. 매일 아침 다섯 시 삼십 분에 일어나기로 한 나와의 약속이 깨졌을 때 그 낭패감을 뚫고 올라오는 말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다. 행선지가 다른 버스에 올라탔음을 알게 됐을 때도 나는 나에게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읊조린다. 이 말이 나의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은 이십여  년 전부터다.
 
그날, 행사 총괄 책임자였던 나는 모든 것을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일을 진행시켜야 했다. 수백 명이 초대된 행사 준비는 톱니바퀴처럼 정밀하게 맞아떨어져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정한 시각에 도착해야 할 야외용 의자 수백 개가 오지 않았다. 그로 인해 다음 일이 멈추고, 그 다음 일이 멈추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대를 책임지고 있는 박 대리는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다가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돌렸다. 나는 내장이 짠지처럼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물품을 전달해 주는 곳에 연거푸 전화를 하는데, 통화조차 되지 않으니 벽에 이마를 쾅쾅 찧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강 부장이었다. 나는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이럴 때는 그냥 푹 쉬는 거야.”  “죄송합니다. 중간에 제가 잘 체크했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물품을 실은 배송차가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시간에 도착했다. 하지만 준비팀 입장에서는 오금이 저릴 만큼 늦은 시각이었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는 그 깊은 차이를 메운다
 
아무리 커다란 일도 지나고 나면 소실점처럼 작아지는 게 세상 이치다. 그 일도 마찬가지다. 그날 실수한 부하 직원을 토닥여 줬던 강 부장과는 세월이 흐르면서 소식이 끊겼다. 나보다 십여 년 선배였으니 이제는 고령이 됐으리라. 하지만 그날 내 어깨에 얹혀졌던 그의 손과 “괜찮아, 그럴 수 있어”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십 여 년이 흘렀는데도.
 
“업보는 있되 작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불교 경전 중 ‘제1의 공경’이라는 소단원에 나오는 말이다. 풀이하자면 ‘어떤 행위를 한 마음’은 남아 있지만 그렇게 행위 한 ‘인물은 없다’는 의미다. 언뜻 들으면 ‘죄는 있는데 죄 지은 자는 없으므로 다 용서해 줘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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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동의한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업보는 있되 작자는 없다”는 말의 의미는 죄를 지었지만 철저히 반성한다면 그는 죄 지을 당시의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다. 철저히 반성했다면 죄의 대가도 기꺼이 받을 것이므로, 그것만으로도 그는 죄 지을 당시의 사람이 아니다.
 
강 부장은 나에게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언어의 행위(업보)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사람(작자)이 되었다. 이제 나에게는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말로 쩔쩔매는 후배를 보살펴 준 그 마음만 남아 있는 셈이다. 이것은 내가 살아 있는 한 변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고 혀를 차게 되는 일들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생각의 차이’다. 생각해 보면 당신이 나와 구별되는 결정적 이유는 생김새의 차이 이전에 생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빼면 차이도 사라진다. 다섯 살짜리 아이와 나의 생각은 보기도 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생각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괜찮아, 그럴 수 있어”는 그 ‘깊은 차이’를 메운다. 말 한마디일 뿐인데 벼락같이 채워진다. 지금이라도 직접 해 보시라. ‘공간적 차이·시간적 차이·세대 간 차이·인식의 차이·감성적 차이’가 순식간에 ‘차이 없음’으로 바뀐다. 불안이나 자기혐오·분노 따위의 부정적 감정이 즉각 지워진다. 명상은 이 말을 자신에게 해 주는 일이다. 자신을 향해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고 읊조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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