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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고치고 싶은 습관에게 이별편지 쓰기
내가 내 문제를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구나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01 06:31:00
▲ 김성수 작가 마음과학연구소 대표
고치고 싶은 습관에게 이별 편지를 쓴다면 어떨까. 나의 악습관 중 하나를 의인화하여 결별을 선언하고, 우리가 왜 헤어져야 하는지 곡진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설득하는 방식이다. 
 
어떤 이는 “바로 뜯어고치면 되지 번거롭게 이별 편지씩이나…”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음주 습관에 젖은 사람이 저렇게 말하면 어떨까. 그럴 의지가 없음을 공세적으로 맞받아친 말이기 십상이다. 악습관을 고치는 일은 당신의 등뼈를 뜯어고치는 일,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습관은 최근 들어 루틴(Routine)이라는 단어로 자주 대체되는 듯하다. 습관이 문제가 되는 것은 도움 안 되는 악습관의 반복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루틴이란 말에는 ‘좋은 습관 만들기’의 의미가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자타에게 도움 안 되는 습관’이 있게 마련이다. 날마다 늦잠 자는 습관·약속 시간을 2분씩 넘기는 습관·과식 습관·흡연 습관·밤마다 소주 한 병 마시는 습관….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을 만큼 ‘바꾸고 싶지만 잘 안 되는’ 악습관이 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밀어내고 싶다면?
 
악습관을 버리지 못해 힘겨워 하거나 그것이 악습관인지 몰라서 오히려 주변 사람을 힘겹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악습관’이란 표현은 타인 중심의 언어일 가능성이 높다. 남들은 ‘악습관’이라면서 은근히 혐오하고 밀어내는데 본인에겐 그것이 숟가락 위에 밥 얹히듯 자연스럽다. 누군가 지적하면 “고쳐야 하는데 잘 안 되네” 하면서 인사치레 수준의 대꾸로 그치곤 한다. 말끝마다 쌍욕이 따라붙는 사람은 “고쳐야 하는데 잘 안 되네, × × !” 하기도 한다.
 
악습관 중에는 곧 눈치챌 수 있는 습관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좀체 알아차리기 어려운 습관도 있다. 긴장하면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급격히 늘거나 배가 고프면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습관은 자연스러운 신경계의 반응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타인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당신의 그런 악습관을 용케도 발견한다. 나의 악습관은 타인의 몫이고 타인의 악습관은 나의 몫이 되기 쉽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밀어내고 싶은 원인이 여기에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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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인간관계 또한 의식적·무의식적 습관의 만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남 자체가 습관인 시기도 있다. 남녀가 한창 애정이 무르익어 갈 무렵은 ‘만나는 습관’이 없다는 게 이상 기류다. 습관은 개체적 시스템만이 아니다. 둘 이상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역동과 부침 속에도 습관의 리듬이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술추렴하는 상인 모임이 십년 넘게 진행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어쩌다 한 번씩 만난다고 느낀다.
 
고치고 싶은 자신의 악습관에게 편지를 써서 고쳐진 사례가 있을까. 왜 없겠는가. 고질화된 자신의 악습관에게 진지하게 말을 거는 일은 효과적이다. 금연이나 금주교실에서도 시행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나의 악습관 중에서 딱 한 가지만 고치자는 의지를 갖는 것이 요령이다. 딱 한 건·한 번의 경험이면 무슨 맛인지 알게 된다.
 
당신이 만약 흡연 습관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스스로에게 먼저 묻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금연하고자 하는 결의가 분명한가? 이제는 자신과의 필담을 직접 해 보라. 처음 몇 자 적는 것이 어색할 뿐이다. 두세 줄만 적어 가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탄력이 붙는다. 나라고 하는 자아가 빠르게 멀어진다. 곧 ‘나라고 하는 너’를 바라보는 기분이 된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네가 담배 한 대 태울 때마다 그 연기가 폐 속으로 들어가서 기차 화통이 된다는 거 몰라? 나무 잎사귀 태운 연기를 눈이나 콧속에 넣어봐야 알겠어? 그 맛이 뭔지 느낌 안 와? 네가 입안으로 빨아대는 담배 연기가 그 정도겠어? 담배 곽에 그려진 폐 사진 안 보여? 네 입과 몸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는 또 어떻고? 화장실에서 지린내만 나도 인상 찌푸리잖아? 알지? 지린내는 자연스럽기라도 하지. 네 땀구멍을 삐져나온 담배 냄새는 거기에 비하면 악취 중에서도 추악한 냄새라고….”
 
쓰다 보면 알게 된다. 내가 내 잘못을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구나. 내가 내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구나. 흡연의 종말을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따지듯 적어 가다 보면 아마 가까운 다른 사람의 음성이 얹힐지도 모르겠다. 차마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속앓이하는 당신 바로 옆 사람의 불평을 받아 적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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