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스러운 자신의 능력을 누군가의 지지와 응원으로 채웠던 시절이 있다. 인정받고, 배려받고,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며 괴력으로 살아온 나날도 있다. 바람이 비워진 곳에 몸을 날리는 다른 바람처럼 살았던 시절. 하지만 아무도 관심 주지 않고, 냉랭한 시선만을 가슴에 채워 퇴근 버스에 올랐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심리학자 ‘모로토미 요시히코’는 인간의 80% 정도가 늘 ‘인정받고 싶은 마음’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타인의 마음과 시선을 끌어당기고 싶은 ‘인정욕구’가 왜 밥상 위 담배 꽁초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당신의 인생에서 누군가의 관심이나 사랑을 받기 위한 행위를 빼고 나면 무엇이 남게 될까.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거의 모든 행위 속에 타인의 시선은 잠재해 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 두터운 구름이 낀 날씨라 하여 태양이 없지 않은 것과 같다. 장맛비를 쏟아 내는 구름 위에서도 철삿줄 같은 햇빛이 작열하고 있듯이 당신이 세안을 하는 이유, 밥을 먹고 입을 헹구는 이유, 냄새 나지 않는 옷으로 갈아입는 이유, 머리를 다듬는 이유 등…, 그 모든 까닭에는 타인이 어른거리고 있다.
타인은 당신의 의식과 함께 솟구치고 의식과 함께 잠드는 태양이라고 할 만하다. 그들은 당신의 감각 기관에 닿거나 닿지 않거나 내면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비유는 ‘인간의 타인 중독증’을 우회한 표현일 뿐이다.
사람 관계는 ‘수용과 인정’의 강물이다
내가 ‘세상을 산다’고 할 때 ‘산다’는 언어에는 타인이 전제돼 있다. 나의 삶은 타인의 시선을 비롯한 여러 감각에 의존하여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에게서 주변 사람 일체를 지워 보면 당신의 천부적 의존성은 명확해진다. 타인과 당신은 끊어 내는 것이 불가능한 네트워크다. 당신이 타인의 칭찬과 지지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 관계를 정신적 차원에서만 조망한다면 ‘수용과 인정’이라는 강물 풍경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응당 있어야 할’ 인정욕구가 꺾였거나 지워졌을 때 솟구치는 감정은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한 우울증·불안증·자폐증 같은 정서가 지나치면 ‘지금의 삶’이 구겨진 휴지처럼 하찮아지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당신이 타인의 시선과 관심이나 구걸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정확히 그 반대다. 우리는 타인의 관심 따위나 허겁지겁 받아 챙겨먹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어미의 뱃속에서 타인도 아니고 나도 아니었던 그 시절, 순도 100%의 관심과 지지를 공주나 왕자처럼 누렸다. 타인의 시선이나 인정 따위는 상관할 바 없이 완전한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았던 적이 있다. 다만 그 기억이 수몰 지구의 마을처럼 의식의 전설이 되고 말았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신에게 ‘무시당했다’ ‘그 인간이 잘난 척한다’와 같은 생각이 자주 든다면 과거의 영화를 되돌려볼 필요가 있다. 그럴 때는 자기 질문 형식을 빌어 보는 것이 편하다. ‘내가 인정받지 못한 적 있던가?’ 질문은 해답을 정의한다. ‘내가 굳이 인정받으려 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자문해도 된다. 그런 자문을 하면서 찬찬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라. 어쩌면 이미,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았던 기억이 생애 단풍잎처럼 울긋불긋 떠오를 것이다.
그거면 됐다. ‘인정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일 수 없다’지 않는가. ‘아는 것도 모르는 척하라’는 중용의 말이다. 중용의 세계에선 굳이 인정받고자 하는 ‘의도 없음’의 힘이 보인다. 인정욕구를 넘어선 결정적인 언어가 있다. ‘침묵’이다. 온 존재에 대해 침묵을 품고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그려 보라. 침묵은 우주의 참 모습이다.
인정욕구는 침묵과 함께 바라볼 때 아름다운 색깔이 되는 단풍잎과 같다. 인정받고, 배려받고,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노력했던 나날과 그에 대한 보상은 이제 다른 누구의 몫이 아닌 당신 몫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자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 내가 인정받지 못하고 산 적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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