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사람들 열에 일곱·여덟은 하는 말이 있다. “골반이 틀어졌어요” “양쪽 어깨가 다른가 봐요, 왼쪽으로 가방을 메면 자꾸 내려가요”라며 불편을 호소한다. 아시다시피 몸의 좌우 균형이 깨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십중팔구 이런 불균형은 잘못된 자세에서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몸의 좌우 측면을 거의 의식조차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까딱하다가는 나이가 들수록 몸의 불균형이 심해져서 통증과 질환으로 병원 갈 일이 잦아지게 된다.
움직임 해부학에서는 우리 몸을 가상으로 3개의 면으로 나눈다. 이 3개의 면에 의해 몸은 전·후, 상·하, 좌·우, 여섯 군데로 나뉜다. 체형교정학 관점에서는 이 여섯 부위의 균형 유지가 바른 몸의 척도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몸을 주로 전·후 상·하로만 쓰는 편이다. 몸의 일부분만을 쓰다 보니 움직임 또한 제한적이다. 마치 몸의 앞뒤와 아래위 밖에 없는 것처럼 살다가 옆구리에 담이 결리거나 골반 옆쪽에 통증이 생기면 그제야 좌·우의 측면을 의식한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곧 잊혀지고 만다.
몸의 측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일상에서 드러나는 대표적인 행동으로는 짝 다리로 서기, 한 쪽 다리로만 꼬고 앉기, 한쪽 어깨로만 가방 메기, 한쪽 어깨와 귀 사이에 전화기 끼우고 통화하기 등이 있다. 무심코 하는 이런 행위들로 좌우가 구조적으로 틀어지게 되고 그 틀어짐이 통증이나 전신의 여러 가지 문제로 파급된다.
국민 운동 도구라는 폼롤러 위에 옆쪽으로 누워 본 사람은 안다. 골반이나 허벅지 바깥쪽 측면을 폼롤러에 대고 체중을 실으면 너무 아파서 악,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이 부위는 ‘대퇴근막장근’이라는 근육과 ‘장경인대’ 라인이다. 대퇴근막장근은 골반 약간 앞쪽의 골반뼈(장골)에 붙어서 좌우 골반의 틀어짐과 고관절 통증 방지에 관여한다. 치마가 자꾸 한쪽으로 돌아가고 고관절에서 뚝뚝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있다면 이 근육의 경직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작지만 존재감 확실한 근육이 대퇴근막장근이다.
대퇴근막장근 아래는 허벅지 옆쪽을 차지하는 장경인대로 이어진다. 이 인대는 무릎 측면을 지나 정강이뼈까지 연결된다.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장경인대는 무릎 관절을 안정적으로 잡아 준다. 그러나 매우 두꺼운 이 인대가 뻣뻣하게 굳어지면 걷고 뛰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릎 바깥쪽 통증을 유발한다. 이럴 때 흔히 통증을 무릎 관절 자체의 문제로 오인하기 쉽다. 달리기를 한 후 골반과 무릎이 아프다면 대퇴근막장근에서 장경인대로 이어지는 라인을 점검해야 한다. 무릎 건강이 허벅지 측면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무릎 통증으로 도수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다녀온 60대 초반 지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무릎이 아프다는데 물리치료사가 허벅지 옆쪽을 어찌나 문지르는지...”라며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릎과 허벅지 측면의 관계를 모르니 당연하다. 골반과 허벅지 측면 부위를 틈틈이 스트레칭해 주고 도구로 셀프 지압을 하면 무릎 부위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갈 일은 훨씬 줄어든다. 예방적 차원의 셀프 도수치료인 셈이다.
골반의 균형을 잡으면 어깨 교정은 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대퇴근막장근과 장경인대 스트레칭을 소개한다. 먼저 누운 채로 두 무릎을 세운 다음 한 쪽 발목을 반대쪽 무릎 가까운 허벅지 위에 올린다. 아래에 있는 다리의 무릎 안쪽이 바닥에 닿도록 기울이고 올려져 있는 반대쪽 발목으로 눌러 준다. 이때 허리와 엉덩이가 가능한 한 들리지 않도록 자세를 유지한다. 이 동작을 좌우 교대로 반복하고 더 아픈 쪽이 느껴지면 몇 번 더 해 준다.
더 아픈 쪽이 있다는 건 골반이 불균형 상태라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좌우의 차이가 크다. 더 굳은 쪽 골반과 허벅지 측면을 틈틈이 스트레칭해 주고 폼롤러나 볼·지압 도구를 활용하여 풀어 준다. 그러면 골반의 구조적 불균형이 완벽하게 해소되진 않더라도 기능적으로는 별 탈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여기에 골반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 주면 하체 전반의 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골반의 불균형과 하체의 경직도가 개선되면 어깨의 균형 상태도 좋아진다. 골반 부위에 있는 고관절이 어깨와 등 근육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좌우 어깨와 좌우 골반은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운명 공동체다.
우리 몸은 앞뒤, 아래위만 있지 않다는 걸 기억하자. 내 몸의 왼쪽과 오른쪽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자주 체크하면 셀프 자세 교정의 기회가 된다. 좌우가 ‘짝짝이’인 몸이라도 실망하지 말자. 상태를 아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체 측면의 굳은 부위를 자주 풀어서 골반뿐만 아니라 어깨 균형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한 해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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