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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칼럼] 의대 정원 결정 수순·완급·강약 조정하자
김대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28 06:31:02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민·형사 소송 등과 같은 위험 요인과 보의료수가 등의 보상 체계가 조정되지 않는다면 생명과 직결된 바이탈(Vital)과·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흉부외과 등을 담당할 전문의는 여전히 태부족일 것이라는 예상 역시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교통수단의 발달, 그리고 치명적인 부상이 아님에도 헬기를 이용해 부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날아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몸소 보여 준 서울 대형병원 선호로 드러난 지방 의료기관의 위축과 소멸 역시 부정하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그 수가 얼마가 되어야 적정한지는 모르지만 의사 수, 즉 의대  정원은 늘려야 한다.
 
동시에 의료 자원이 서울·수도권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게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의사들이 바이탈과를 자원할 수 있도록 위험·보상 체계를 손 봐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하지만 현실의 길이 산과 강·도심지나 유적지 등으로 굽었거나 우회하는 경우가 많고 터널과 다리도 필요하듯이, 의료 서비스 영역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의료 서비스 영역은 수요·공급 체계가 독특하다. 무엇보다도 소비자,  즉 환자가 자신의 수요를 잘 모른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할지, 어떤 약을 먹어야 할지, 어떤 시술이나 수술 같은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시장 기능이 작동할 기본 요건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수요·공급의 곡선이 정상 작동하려면 정보의 비대칭성이 해소되고, 투입(비용) 대비 산출(효과)의 ‘가성비’가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6개월을 더 살기 위해 집 한 채 값을, 3개월의 고통 경감을 위해 수억 원을 기꺼이 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장 몇 백만 원이 없어서 생명 연장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받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강제 가입제와 수가체계 등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아무리 촘촘하게 규제한다고 해도 새로운 약품과 의료 기기 및 서비스가 끊임없이 개발되게 마련이다. 이들은 초기에는 고가(高價)일 수밖에 없고,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의료서비스는 공급자가 얼마든지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의대 정원을 동결했고, 적절한 증원 시점을 놓쳐서 의사 수 절대 부족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만시지탄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의사 정원 문제는 엄청난 외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이공계 최우수 인재의 블랙홀이 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선 선호도가 높지만 미국·중국 등에 비해 한국이 유독 높은 것은 벤처 신화로 대표되는 산업 분야 사다리가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위기의 핵심이다. 사실 이 점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위기다. 인도·중국·필리핀의 의사와 한국·일본·미국 의사의 처우 수준 차는 치유 능력과 같은 의료서비스 품질의 차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먹히는 반도체·자동차·의약품·인공지능 등은 상품서비스 개발·생산·판매 능력의 차이가 기준이 된다. 이것이 하락하면 의사 처우 수준도, 변호사 처우 수준도, 판사·검사 등 공무원 처우 수준도 자동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의대는 이과 최상위 학생, 법조인이 되기 위한 법대는 문과 최상위 학생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면허·자격 취득 후 10년·20년·30년이 흐른 후 소득 수준과 시장경쟁 상황과 서비스 판매 방식을 비교해 보면 의사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이 절로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법과 제도를 좌지우지 하는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의사 공급 부족 문제를 예민하게 느낄 것이다. 그런데 진짜 치명적인 문제는 법조인과 정치인들이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는 산업 인재의 양적·질적 저하 문제다. 
 
쌀값이 폭등할 때 정부가 대량 공급을 공언하면 수요·공급 곡선에 따라 값이 내린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때 신도시 조성 등 대량 공급을 공언하면 오히려 가격 상승 기대감을 부추겨 투기 열풍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된다. 모든 재화의 가격은 장기적으로 수요·공급 곡선을 따르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불붙은 물체에 물을 퍼부으면 대개는 진화되지만, 기름이 섞여 있을 경우 오히려 더 맹렬하게 타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사에 대한 선호도가 뜨겁게 달아 오른 지금, 의사 대량 공급 정책은 아파트 값 폭등기의 대량 공급 정책과 비슷하다. 대한민국 생존과 번영의 키를 쥔 산업 인재풀을 초토화시킬 것이다. 최저임금 폭등·공공부문 폭증·부동산 수요(구매·보유)-공급-거래를 옥죄는 금융규제와 세금 정책 등 문재인정부가 내지른 정책치고 의도나 명분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하고 잔악했다. 의대 정원 폭증 정책은 역대 정부의 정책 실패사를 살펴서 그 수순·완급·강약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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