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메릴 스트립의 전기 ‘퀸 메릴’ 프롤로그에 실린 내용이다. 사실 메릴 스트립은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다. 불거진 광대뼈와 너무 홀쭉하고 긴 코 때문에 전체적으로 뭔가 흘러 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얼굴이다. 그럼에도 다짜고짜 그녀를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작가가 머릿속에 그렸을 인물보다 더 확실하게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 버리는 마술에 홀려 우리 모두는 그녀를 매력적인, 심지어 때로는 아름다운 배우로만 기억한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그런 그녀가 예쁘게 나온 영화가 세 편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는 작품이다. 영국 작가 존 파울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카렐 라이즈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은 여주인공 사라 우드러프를 연기했다.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해변 마을 라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뜬소문의 주인공 사라 우드러프가 약혼녀가 있는 남자를 우연히 만나 사랑하고, 그를 파혼으로 이끌고, 결국 잠적해 버리는 그저 그런 스토리…, 그러나 얼핏 찌질하게 느껴질 스토리의 평이함을 넘어 이 작품은 매력적이다. 소설의 경우엔 엄청난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현란하게 구사하는 소설 기법의 세련됨 때문일 것이고 영화의 경우 메릴 스트립의 기막힌 연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 어디에나 사라를 따라다니던 뜬소문, 라임 마을 사람들처럼 그것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우매한 인간들은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문이 퍼지면 그것을 해명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개중엔 소설 속의 사라처럼 해명 같은 건 아예 할 생각도 않고 그저 잠자코 있는 사람도 있다.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우리의 윤석열 대통령도 혹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선거 전략은 ‘정권 심판론’이다. 그래서 보수 쪽에선 지지율이 낮은 윤 대통령이 좀 숨어 있어 주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등판시켜 언론과 여론의 시선을 대통령에게서 잠시 돌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대파’ 문제로 또다시 대통령이 여론의 중심으로 소환돼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아예 대파를 들고 다니며 ‘대파, 대파’ 히죽거리고 탄핵을 외친다. 명배우에게 비열한 성품의 악역을 맡기면 나올 법한 오두방정의 몸짓이요 천박한 목소리다.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실형을 언도받은 피의자 조국은 “윤 정권은 좌파·우파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라며 신이 났다. 이런저런 추태에 우울해지는 요즈음이다.
하필이면 한 단에 875원짜리 대파를 파는 매장으로 대통령을 데려간 용산의 돌대가리들, 앞뒤 다 자르고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는 부분만 콕 집어 내보내는 심술궂은 언론을 패 주고 싶은 요즈음… 지켜보는 심정이 이런데 당사자는 어떨까.
당선인 시절, 직무 수행 전부터 윤 대통령에게 덧씌워진 ‘무능’ 프레임을 벗겨 주려 국힘에서든 지지자 사이에서든 누구 한 사람 나서 주었는가. 취임 전부터 탄핵 운운하는 세력이 날뛰도록 방치한 게 바로 우리가 아닌가. 국민에겐 독재자가 아니면서 상남자인 대통령의 스타일이 너무 생소한 걸까. 가만히 있는 사람을 끌고 나와 대통령 자리에 앉혀 놓고 전임 정부가 망가뜨려 놓은 것을 되돌리려 최선을 다해 동분서주하는데 탄핵 운운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그가 지금 걷고 있는 가시밭길은 그가 만든 게 아니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문재인정부의 실정과 전쟁·기후 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애그플레이션 등의 영향 때문이라는 게 팩트다. 그러나 답답해서 사실을 얘기하면 남 탓한다는 비난이 인다. 입장을 바꿔 누구라도 지금 그 자리에 앉아 그 억울한 꼴을 당한다면 울화가 치밀지 않을까. 야권은 물론 한때 지지했던 사람들 모두 양심을 가지고 웬만큼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를 지켜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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