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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타워] 日천황과 괴짜 ‘개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
박정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10 06:31:04
▲ 박정석 일본통신원·칼럼니스트
일본의 역사 속 천황과 쇼군(정의대장군)의 관계는 기본적으로는 명예 군주와 신하였다. 일본에선 천황이 아직도 총리를 인준해 주듯 예전 막부 시대에도 천황은 실세인 쇼군을 인준해 주는 얼굴마담으로 공생 관계였다.
 
현재 일본 천황은 2019년 5월1일 화려하게 즉위한 제126대 나루히토(徳仁)다. 천황은 더글러스 맥아더로부터 ‘인간 선언’을 강요받기 전까지는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의 최고 리더이자 신의 아들로 추앙받았다. 일본 신화에 따르면 태양 여신의 명령에 따라 신의 손자가 이 땅에 내려와 일본을 건국했으며, 이 신의 자손이 일본을 통치한 역대 천황이다.
 
이렇게 위대한 천황도 막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힘의 질서 재편에 편입되었다. 첫 막부인 가마쿠라 막부 탄생 때부터 쇼군(将軍)은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늘 천황의 존재가 필요했다. 천황으로부터 직위를 부여받은 일본의 막부 시대는 1185년부터 메이지 시대 전까지 세 번 있었고, 쇼군 39명이 천황으로부터 인준되었다.
 
쇼군이 이끈 막부의 역사는 일본에 봉건주의의 기초가 확립되던 시기다. 첫 번째 막부인 ‘가마쿠라 막부’ 는 미나모토 요리토모(源頼朝)가 세워 140년간 쇼군이 9대까지 있었다. 두 번째가 ‘무로마치 막부’로 아시카(足利)가 교토에 세워 237년간 15명의 쇼군이 차례로 다스렸고, 세 번째 ‘에도 막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현재의 도쿄에 세워 265년간 1∼15대 쇼군이 다스렸다.
 
혈통을 소중히 하는 인류의 제도는 고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권신수설의 기초를 이루며 조금씩 확산되었다. 아시아에 큰 영향을 미친 종법(宗法) 제도는 중국 주(周)나라 때 만들어졌다. 이는 조선과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천황과 쇼군이 대를 잇는 데도 종법 제도가 한몫을 했다. 쇼군의 절대 권력은 누가 감히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 결과 마치 삼국지 속 유비 사후의 아들 유선처럼 능력이 부족해도 혈통을 이어받는 괴쨔 쇼군이 나타나기도 했다.
 
▲  ‘개 쇼군’이라 불린 에도시대 5대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徳川綱吉). 
  
괴짜 쇼군은 에도시대 5대 쇼군 도쿠가와 츠나요시(徳川綱吉)로 ‘개 쇼군’이라 불렸다. 그는 어릴 때부터 총명했다. 유교와 불교에 심취했고 예술에도 소질이 있어서 아직도 여러 그림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여러 환경이 쇼군의 후계자 계승과는 연이 멀어서 학문만 열심히 하던 아들이었다. 배다른 형이 후사가 없자 35세에 뜻하지 않게 쇼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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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요시가 다스리던 에도 막부 시기는 1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의 무자비했던 공포정치를 내려 놓고 문치주의로 전환하던 시기였다. 막부의 리더들은 주자학(성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선생으로는 정유재란 때 포로로 잡혀 온 강항의 영향을 받은 일본 유학의 시조 후지와라 세이카의 제자였던 하야시 가문을 중용했다. 츠나요시 또한 공자 묘를 짓는 등 주자학에 심취했다. 그러나 쇼군의 괴짜 행보에 대해 1687년 쯤부터 논쟁이 시작되었다.
 
문제는 ‘개띠 해 출생’이었다. 기발한 정책(?)이 쇼군을 조롱하는 ‘개 쇼군’이란 별명을 만든 것이다. 그는 동물 우대를 정치의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펼쳤다. 넉넉지 않은 가운데 재정 낭비 등 논쟁은 그가 ‘개 쇼군’으로 불린 가장 큰 이유였다. 1685년 제5대 쇼군 츠나요시는 특별히 “쇼군이 지나가는 길에 개와 고양이가 다녀도 괜찮다, 앞으로는 묶어 두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168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동물의 살생을 금지하는  ‘생류연령(生類憐令‧쇼루이아와레미노레이)’이라는 법령을 반포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쇼군의 어머니가 쇼군에게 아들이 생기지 않자 현대로 치면 치맛바람을 일으킨 것이 이 법령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살생을 금하고 선행을 쌓아야 자손을 볼 수 있다는 한 승려의 말에 아들을 통해 살생을 금지하는 법령을 실행하도록 했다는 설이다. 그 탓에 ‘개띠 해 출생’ 괴쨔 쇼군은 국민에게 큰 민폐를 끼치기 시작했다.
 
특히 츠나요시는 개를 때리거나 죽이는 걸 당연히 금지시켰다. 수명이 다한 개는 주인이 직접 좋은 장지를 골라 묻어 주도록 법제화했다. 이 현상은 에스컬레이트되기 시작해 개가 병사 등으로 자연사해도 개 주인이 처벌받는 일로 이어졌다. 정치가 이러니 개판이었다. 떠돌이 개 약 10만 마리를 치료하고 먹여 주며 재워 주는 관청도 설치했다. 국민의 민폐가 극에 달하자 괴쨔 ‘개 쇼군’ 관련 유머가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 날이었다. 한 사람이 죽은 개를 법에 저촉되지 않게 지게에 지고 좋은 장지를 골라 묻어 주기 위해 친구와 산을 오르며 한탄을 했다. “친구야 참 개 팔자 상팔자로세. 죽은 개를 이렇게 걸머지고 예우해야 하니 이게 무슨 짓인가.” 
그러자 친구가 누가 들을까 염려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여보게 그런 불평을 마시게 ‘개 쇼군’ 츠나요시가 개띠였으니 망정이지 말띠였으면 무거워서 어쩔뻔 했나.”
 
역사는 이렇게 이런저런 과거를 통해 개선되어 온 긴 시간이었음을 일본의 쇼군을 통하여 웃음 지으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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