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형식과 내용의 파격성과 창의성에서 세계인의 감탄을 자아냈다. 프랑스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의 조국이자 파격·혁명·창의와 진보적 가치의 선도 국가라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주었다.
하지만 파격과 아집이 지나쳐서 숱한 무리와 무례를 보여 주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전 인류적 노력 강화 메시지를 담은 에어컨 없는 숙소와 버스, 육류가 너무 적은 선수촌 식단, 기독교에 대한 모독이라는 느낌을 준 전통적 성 관념에 대한 도발, 즉 성소수자 친화를 환경·여성 친화 같은 보편가치로 올린 것 등이 대표적이다.
수질 개선이 제대로 안 된 센강에서의 수영 대회도 무리수였다. 특히 국기·국명·국가와 선수 이름 오기 등은 여간 심한 실수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리올림픽은 프랑스의 영광과 퇴락을 동시에 보여 주었다. 국민의 기질과 체제가 비슷한 점이 많은 대한민국에게 프랑스는 배울 것도, 반면교사로 삼을 것도 정말 많은 선진국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진보·좌파적 가치·제도·정책에서 숱한 무리를 범하여 그 폐해를 먼저 보여 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보고라고나 할까!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정치·문화적 에토스(기질 등)와 국가 구조가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 비교를 통해 얻을 지혜와 교훈이 적지 않다. 단적으로 두 나라 모두 국가가 강하다. 중앙정부가 쥐락펴락·좌지우지 하는 것이 많다는 얘기다. 이는 영국·독일·이탈리아·미국·일본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국가가 강하면 원근각지(遠近各地)의 수많은 이익집단·이념(종교) 집단·정치집단이 국가권력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게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의 가치·제도·정책·리더십에 반대하는 시위·파업·폭동·혁명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프랑스·한국·북한·중국·러시아 등 국가가 강한 나라의 정치집단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국가주의 이념을 필요로 한다. 왕권신수설·주자성리학·주체사상·사회주의·마오주의 등이 그런 것들이다. 두 나라 모두 민중이나 시민이 들고일어나 권력자를 끌어내리고 구체제(앙시앙레짐)를 뒤엎은 광장의 열정과 몸부림을 찬양하는 나라다.
대한민국 헌법전문에는 3·1운동과 불의에 항거한 4·19가 들어가 있다. 그것도 모자라 5·18과 6월항쟁까지 집어넣자는 움직임도 있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출현한 근대적 진보·좌파 이념은 대체로 급진적 변혁(구체제와 전통 파괴)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구체제와 문화의 근간인 종교를 백안시했다. 평등의 이름으로 인간의 제반 권리 강화를 지향했다. 권리 강화의 주체는 대부분 국가의 법·제도이고, 주요 대상은 노동권, 그 수단은 시장에 대한 규제·간섭 강화와 국가의 기능·인력 확대다. 따라서 많은 세금·예산과 비대한 공공부문은 필연으로 따라붙는 결과다.
프랑스의 무리한 가치·제도·정책은 셀 수 없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너무 높은 최저임금이다. 2023년 기준 프랑스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전체 임금근로자의 중간값)의 62.2%다. 최소 20여 년 전부터 이 수준이다. 하지만 독일은 2015년에 비로소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되었고, 2023년 기준 51.7%다. 같은 시기 일본은 46.0%, 미국은 26.0%다. 한국은 2015년 48.6%였는데 문재인정부가 노동 존중과 소득주도성장의 기치하에 급격히 올려 2019년 62.7%로 정점을 찍고 현재 내린 것이 61.0%다. 최저임금은 임금 하향 압력을 받는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는 장치이자 동시에 이들을 아예 실업자로 만드는 장치다. 생산성 낮은 근로자의 임금은 강제로 상향시키고 생산성 높은 근로자의 임금은 강제로 하향시켜 노동시장의 유인보상체계를 왜곡시킨다.
프랑스는 최저임금이 매우 높고 고용 보호가 강한 만큼 노동유연성이 낮아서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이 매우 높다. 이를 조금이라도 완충해야 하니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고용 비중이 높다. 2021년 기준 프랑스의 정부 고용 비중은 총고용의 21.1%인 반면 독일 11.1%·영국 17.0%·미국 15.0%·일본 4.6%·한국 8.8%다.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프랑스는 70%가 넘는데 미국은 50%, 일본과 한국은 40% 미만이다. 이러니 세금이 높을 수밖에! GDP에서 차지하는 총 세금 비중은 프랑스 46.1%·독일 39.3%·영국 35.3%·미국 27.7%·일본 34.1%·한국 32.0%다.
이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인재의 미국 등 해외 유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사실 프랑스의 영광은 주로 19세기와 20세기 중반의 위대한 치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국제화·지식정보화 시대와 맞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진보·좌파 가치 친화적인 대한민국이 특별히 반면교사 삼아 배울 것이 많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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