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는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가 되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을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급속히 빨아들이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규제하기 어려운 포식자가 되어 버렸다.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국가 권력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 글로벌 플랫폼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한 인터넷은 불과 30년 만에 모든 오프라인 행위들을 온라인 공간으로 흡수해 버렸다. 거의 모든 인간 행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비례해 온라인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플랫폼들의 독점력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무엇보다 이러한 플랫폼 독점력이 이용자들과 사업자들의 자발적 편입에 의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용자 보호를 위한 플랫폼 규제가 이용자의 동의를 확보하기 어려운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 규제가 관련 사업자들을 위축시키거나 이용자 후생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방안 또한 그런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다. 무엇보다 규율 대상을 크게 줄이는 바람에 사실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들은 여전히 규율 대상 밖에 있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들은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고,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을 해외 기업 몫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매출 규모도 줄여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는 정부의 세금 추징 조치에 대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처럼 ‘디지털세’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공정위 플랫폼 규제 방안은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구글·애플 같은 빅테크 플랫폼사업자들을 강도 높게 규제하는 법을 연이어 제정하고, 최근에 이례적으로 기업 소재지를 이용한 절세를 불공정 경쟁으로 판정해 수십조 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표면적으로는 공정경쟁을 문제 삼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위메프 사태나 일부 배달앱 플랫폼들에서 드러났듯이, 규모가 작은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가 네이버·카카오보다 덜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네트워크 사업의 특성상 규모가 작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 같은 규율 대상의 형평성 문제는 규제 순응성을 약화시키고 도리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플랫폼 관련 공정경쟁 규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OTT(Over The Top·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방송영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OTT들의 불공정 이슈는 더욱 심각하다. 더구나 OTT 시장은 일반 상거래 플랫폼과 달리 글로벌 플랫폼들과 경쟁할 수 있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사업자도 없는 상태다.
최근 쿠팡이나 티빙 같은 사업자들이 콘텐츠 확보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영상 제작 시장이 이미 글로벌 OTT의 하청시장으로 편입된 상태에서 그런 노력이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더 주목할 점은 OTT를 포함한 방송영상 시장에서 국내외 사업자 간 불공정 경쟁은 내용 규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매체에 대한 내용 규제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OTT들은 전통적인 방송 사업과 연계된 국내 OTT들에 비해 내용적으로도 크게 자유로운 것이 사실이다. 수익모델과 관련된 광고 규제 수준도 차이가 있다. 더구나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글로벌 OTT들의 광고 경쟁력은 기존 매체들을 점점 더 강하게 압도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온·오프라인 방송영상산업을 규제하는 정부 기구가 정치적 이유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가짜뉴스나 영상 콘텐츠 규제를 책임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는 이미 분명하게 드러난 상태다. 시급하고 중요한 미디어 플랫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 대승적으로 방송·통신 규제기구 개편 문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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