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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기의 건축이야기] ‘최고의 건축물’을 결정짓는 것은 관점과 기준
양용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21 06:30:34
 
▲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최고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최고의 품질, 또는 가장 적합하고 기쁘고 효과적인 유형의 사물이나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이 4가지가 충족될 때 최고라고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이 각 개인에게 적절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최고의 사물이나 사람이 많다. 이는 드러났을 때 우리가 인식하게 된다. 그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아는 사람이나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이것이 과정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는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끝이 좋으면 다 좋다(All's well that ends well)”는 영어 속담이 있는 것이다. 과정은 결과를 목적한대로 만들려는 의도 안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그 결과가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기준 때문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준은 뭘까 생각해 본다. 그 자체의 기능과 미적인 부분이 만족스러울 때 사람들은 긍정적인 점수를 부여한다. 공통적인 것은 각자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결과라 해도 기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건축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사람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건축의 형태는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이는 사람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건축 형태 트렌드에 변화가 온 것이다. 여기에는 ‘모데’와 ‘대 모데’가 등장한다. ‘모데’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고 ‘대 모데’는 이를 따라하는 것이다. 즉 유행과 양식의 시작이다. 스위스 건축가 기디온은 이를 ‘일시적 사실’과 ‘구성적 사실’로 구분했다. 등장했다 사라지면 유행이 되는 것이고 하나의 형태로 남게 되면 양식이 되는 것이다.
  
건축 트렌드는 각 시대의 양식으로 남았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그리스·로마의 양식은 클래식 형태의 원천으로 남았다. 그래서 다른 모든 양식을 제치고 최고의 건축물이 되었다. 이들이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클래식한 건축 형태의 원천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후 근대에 들어오면서 건축 형태는 실로 다양해졌다. 이들 중 최고의 형태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기준이 너무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자연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르누보와 가우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에 주택의 혁신을 갖고 온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제 양식을 만들어 낸 르 코르뷔지에의 돔이노(Dom-Inno) 시스템이다. 이렇게 기준을 어떻게 두는가에 따라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대상은 달라진다.
 
그 기준의 범주는 대부분 시대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건축 형태이다. 그러나 건축에 영향을 주거나 건축가에게 영향을 주는 것에 기준을 둔다면 또 다른 최고의 건축물이 등장한다. 여기서 필자가 최고의 건축물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건축 형태이다. 이 건축물은 다른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는 형태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필립 존슨의 글래스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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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존슨의 글래스하우스는 벽을 유리로 만들어 인간을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고자 했다. 필자 제공
  
필립 존슨은 미국의 위대한 건축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미국의 대형 빌딩을 설계한 건축가로 그의 건축물 대부분은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으로 지어졌다. 그는 1949년도에 그의 주택을 설계했다. 건축가가, 그것도 유명한 건축가가 자신의 주택을 설계했을 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설계했던 그의 주택을 본 사람들은 실로 큰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지나가던 할머니가 그가 지은 집을 보고는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아?” 하기까지 했다. 4면이 유리벽이어서 내부가 다 보이는 그 집은 살기에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립 존슨은 이 집에 대해 “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벽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그 집에 대한 존슨의 컨셉이다.
 
사람들이 처음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된 동기는 기후와 맹수가 원인이다. 그래서 동굴로 들어갔다. 그러나 그 후 영원히 동굴에서 나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맹수는 인간 문명의 발달로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러나 기후는 인간을 영원히 동굴에서 나올 수 없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건축가는 그래서 공간을 꾸미는 데 역점을 두고 노력했다. 그것이 건축물의 형태가 되었고 최고의 건축물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필립 존슨은 인간을 갇혀진 공간에서 꺼내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공간은 대부분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벽은 시야가 뻗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인간은 갇힌 것이다. 그래서 필립 존슨은 벽이 없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몸은 내부에 있으나 시야 만큼은 밖으로 내보내려 한 것이다. 즉 그는 공간에 갇힌 인간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존슨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기준이 잘못되면 본질을 보지 못한다. 최고의 건축물은 기준을 어디에 어떤 식으로 두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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