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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경기도 안성은 조선시대 때 3대 상업 도시로 손꼽혔다. 안성은 경기도 남쪽에 있어 경상도·강원도·충청도 등에서 한양으로 가기 위해 꼭 들러야 했던 도시다. 때문에 매주 5일장이 열렸고 이는 조선 전국 3대 시장으로 꼽혔다.
현재는 철도와 고속도로가 발달해 안성의 위상이 예전같지는 않아 다른 경기도 도시들에 비해 인구수가 적고 규모도 작지만 충청도나 전라도에서 수도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지나야 하는 도시다.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는 안성에 들러 맛있는 것을 먹고 목적지로 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이에 안성을 방문해 지역을 오랫동안 지킨 백년가게를 찾았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안일옥’이다.
‘안성에서 제일 가는 집’ 안일옥… 100년 넘은 역사
‘안일옥’은 백년가게란 타이틀에 걸맞게 정말 100년이 넘은 가게로 김점복·이성례 부부가 1920년 안성 장터에서 국밥을 판 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현재 3대 김종열 대표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가게 이름인 안일옥은 ‘안성에서 제일가는 집’이라는 뜻이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김점복)가 일찍부터 몸이 좋지 않아 할머니(이성례)가 장터에 나가 국밥 장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가 한창 일하실 나이인 40대 초반에 일찍 병석에 누우시면서 생계가 막막하게 됐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장터에 나가 국밥을 팔기 시작했는데 시설이 열악했어요. 점포 형태가 아니고 작은 가마솥과 깔고 앉을 멍석밖에 없었죠. 1920년에는 고기를 지금처럼 풍족하게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고기와 여러 채소들을 함께 넣어서 국밥을 만들었어요.”
“당시 다들 어려운 시기였기 때문에 할머니께서는 손님들에게 국밥을 푸짐하게 퍼 줬어요. 그리고 손님들의 특징이나 습관들을 기억하셨죠. 어떤 손님은 많은 양을 드시니 더 퍼드리는가 하면 특정 채소를 싫어하시는 손님은 재료를 다르게 넣어 요리해 드렸어요. 쉽게 말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던 거죠. 손님들도 할머니의 그런 노력들을 알아 주시고 더 국밥을 찾아 주신 것 같아요.”
거래처와는 신뢰를, 국밥은 정성스럽고 풍족하게
김 대표는 할머니와 어머니 양귀비 씨가 입버릇처럼 말한 원칙이 있다고 했다.
“안일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세 가지를 지켰기 때문이에요. 우선 모든 식재료는 현금으로 구입하고 외상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에요. 이 원칙을 지키면 거래처와의 신뢰가 돈독해져 좋은 고기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에요. 손님들은 저희 가게에 오셔서 양질의 고기를 드실 수 있게 되겠죠.”
“그리고 항상 냉장고를 꽉꽉 채워 놓는 것이에요. 할머니와 어머니는 국밥을 푸짐하게 퍼 줬기 때문에 냉장고에 재료들이 항상 빼곡히 채워져 있었어요. 어머니가 저에게 냉장고가 푸짐하면 손이 커지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푸짐한 국밥을 대접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또 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어요. 손님들이 드시는 국밥 한 그릇은 사실 24시간 전에 요리를 시작한 것이에요.”
“우선 소 양지머리의 핏물을 12시간 빼고 12시간 동안 육수를 우려내는데 이때가 가장 정성이 많이 들어가요. 가마솥에 가스불을 켜 놓고 12시간 뒤에 오면 육수가 자동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기름이나 부유물을 걷어 내는 등 할 일이 많아요. 저희 가게의 가마솥은 명절을 제외하고 계속 불이 붙어 있는데 정성이 부족하면 국밥은 완성될 수 없어요.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죠.”
김 대표가 이야기하는 안일옥의 역사를 듣고 있으니 유명한 장터국밥을 먹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식당에는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각종 부위를 모두 넣은 ‘안성맞춤우탕’이 있는데 이를 주문해 한 입 맛보았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먹으니 일반 조미료를 쓰는 가게와는 달리 깔끔했으며 담백한 맛이 더해져 조화로움이 느껴졌다. 고기 역시 푸짐하고 부드러워 성별과 연령 구분없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국밥에 빠질 수 없는 김치 또한 맛이 일품이었다. 김 대표는 어머니가 항상 김치가 맛있어야 국밥의 맛도 더해진다고 말씀하신 것을 잊지 않고 김치는 모두 직접 담근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직장인이었던 김 대표… 가업 위해 안성으로
김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회사원이라고 말했다. 집안 사정으로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안성으로 내려왔다.
“제가 국밥집 아들로 태어났지만 원래 서울에서 직장에 다녔어요. 1997년 외환위기(IMF)와 가정사가 맞물려 안성으로 내려와 안일옥에서 수업을 받았죠. 제가 원래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았으니 잔실수도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어머니가 혼도 내시면서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당시에는 힘이 들어서 이만큼만 배우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뒤돌아보니 하나라도 조금 더 배웠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안일옥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 3년 뒤 4대째 대표
김 대표는 아들 김형우 씨에게 가업을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들은 어릴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 슬슬 가업을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하는데 그 날짜가 2027년 8월15일이에요.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이라고 하면서 목표를 잡아 진학에 성공했어요. 그리고 대학에 가서 호텔조리학을 전공하고 군 복무도 취사병으로 했죠. 이후 주 튀니지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요리사로 3년 근무하고 안일옥에 합류해 수업을 받았어요.”
“현재 아들은 오후 장사와 밀키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특히 밀키트 사업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 시작했는데 거리두기 정책을 펼칠 때 수혜를 많이 입었죠. 밀키트는 안성뿐 아니라 전국에서 안일옥의 장터국밥 맛을 볼 수 있고, 더 많은 분이 저희 가게까지 오지 않고도 집에서 드실 수 있으니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경험과 지식 알리고자 하는 김 대표
김 대표는 은퇴 후 계획이 있을까. 그는 안일옥을 운영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들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한 번씩 대학에 출강도 했지만 그동안 바빠서 활발하게 하지는 못했어요. 은퇴한 후에는 대학이나 단체 같은 곳에 가서 더 많은 강의를 하는 것이 목표예요. 30년 넘게 안일옥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굉장히 많고 더 배우고자 틈틈이 시간 내서 학교도 다녔어요. 그런 지식들도 널리 알려서 예비 창업자 등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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