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770년, 약 550년간의 춘추전국시대가 개막됐다. 수많은 주(周)나라 봉건 제후들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천하를 다퉜다. 그런데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의 전쟁 양상은 서로 달랐다.
춘추시대를 지배한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존왕양이(尊王攘夷·천자를 받들고 오랑캐를 물리친다)였다. 아무리 종주국이 이빨 빠진 호랑이라 해도 종법(宗法)에 도전할 명분은 없었다. 천자 허가 없이는 같은 제후끼리 해치지 않는다는 종법을 어기는 건 스스로 역적임을 인정하는 행위였다. 다른 제후들이 존왕양이를 명분으로 해당 제후를 샌드백 삼을 게 뻔했다.
그러므로 춘추시대의 전쟁 목적은 섬멸·흡수가 아닌 복속이었다. 중량급 제후들의 최종 목표는 패자(霸者)였다. 천자를 대리해 제후들을 다스린 춘추오패(春秋五覇)가 그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대의 전쟁 양상은 두 세력이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정정당당히 겨룬 뒤 패자는 두 말 없이 승자와 협치하는 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대사건을 계기로 춘추시대는 종말을 맞았다. 제후국 중 하나인 진(晉)나라가 피비린내 나는 내전 끝에 조(趙)·위(魏)·한(韓) 세 나라로 쪼개지고 힘없는 천자가 이를 무기력하게 승인한 것이었다.
제후들은 더 이상 주나라 질서를 따를 필요도 이유도 없다 여겼다. 힘과 우격다짐이 최고임을 깨달은 그들은 서로의 군대가 씨가 마를 때까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여 궤멸하는 약육강식(弱肉強食)의 전국시대를 열었다. 진(秦)나라 장수 백기(白起)가 기원전 260년 장평(長平)에서 조나라군을 대파하고 40만 포로를 생매장한 사건이 상징적 사례다.
약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정계는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이미 넘어간 상태다. 힘의 논리·집단 광기에 매몰된 더불어민주당이 협치 거부 등 폭주하고 나라의 질서가 훼손된 지는 오래다.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보수 궤멸’ 주장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비자는 “세상이 달라지면 사정도 달라지고 사정이 달라지면 방책도 달라진다”고 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권모술수의 정치판이라면 정치가는 그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필두로 국민의힘의 단호한 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당내 일각에 반대 여론이 있지만 이는 작금의 정치판을 춘추시대로 착각하는 우둔함이다. 어쩌면 또다시 큰 싸움을 치러야할지도 모르는 지금은 먹느냐 먹히느냐의 절체절명의 시기다. 시무(時務)를 알아야 준걸이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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