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산물들은 그 자체의 형상에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의미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유산이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사건이나 실수로 인하여 과거의 산물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고의로 또는 대안으로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일이다. 비전문가가 전문적인 분야에서 결정권을 가지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문화유산은 어떤 내용이나 경우라도 보존해야 한다. 이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지식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의 존재를 개인이나 조직이 결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지식은 점과 같이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마치 긴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현재의 해석이 미래에는 또 다른 해석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그 존재의 의미는 각 시기와 각 시대와 각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역사에 있어서 우리가 서양의 지식을 앞지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들은 언제나 각 시대의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다양하게 현재의 시간에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와 같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남겨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식의 정체성이며 우리 존재의 증거이며 지식의 끈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보존한다는 것은 곧 후손에게 선대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며 지식의 끈을 연결해줘야 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과거는 후손들에게 용기를 주지만, 부끄러운 과거도 가치가 있다. 문화유산은 교육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여줄 수는 없다. 현재는 진행형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과거는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며 현재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확실한 자료가 된다.
지금의 우리가 후손에게 해야 할 의무 중 하나가 바로 문화유산을 보존하여 물려주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가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범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국가나 도시들을 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의 특징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문화유산 보존에 다양한 투자와 시스템을 갖고 있다. 내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 시민들은 알게 되었고 이러한 내용의 역사나 예술이 등장하면서 지식의 한 축을 제시했다.
유럽에는 풍부한 문화재를 보유한 도시가 많다. 유독 독일의 특징은 파리나 로마 등 다른 나라에 비하여 문화재들이 밀집되지 않고 분포되었으나 이를 잘 살리고 있다. 그 예로 Oldenburg Weser/Ems지역에 있는 굴프하우스(Gulfhaus)를 들 수 있다. 이 건물을 예로 든 이유는 일반적으로 문화재 보호라는 수준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을 생각하는데 그 수준이라는 것의 경계가 없이 그 범위가 너무도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재는 일단 보호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후에 어떤 분야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우리가 따질 필요는 없다. 후손들이 이를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복원하고 유지시켜 주면 되는 것이다.
건물은 일부가 농가로 쓰였고 일부는 마구간 외양간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네덜란드 북부에 위치한 프리즈 지방의 양식으로 4개의 원형기둥과 보로 구성된 라멘구조다. 독일에서도 흔하지 않은 양식이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높다. 이 건물에는 소·말과 더불어 곡물과 건초도 함께 보관했었다. 그래서 이 건물을 프리즈 농가 또는 ‘굴프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물은 18~19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1992년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 1994년에서야 올덴부억 지역의 문화재 관리청에서 개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 보수 후에도 원소유주가 계속 사용을 하지만 형태·구조 그리고 공간적인 기능 배치는 현실에 맞게 관리청에서 변경했다.
관리청은 이 건물을 6개의 주거영역으로 다시 구분하고 워크숍·주말 휴식 그리고 주말 단체 모임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중앙에는 다목적 공간을 두어 2층 갤러리를 통하여 연극·음악회·전시·조각·세미나·발표회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운영하기로 결정한다. 이 다목적 공간에는 140개의 탁자를 배치할 수 있고 약 18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갤러리의 3면 벽에는 창을 배치하여 자연광을 내부로 유도하여 쾌적한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의 주변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지역주민과의 교류를 유도한다. 이 건물은 지역에서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의 대명사로 인식이 되었으며 주민들의 중요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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