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2013)은 북한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장악하고 대통령까지 납치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미 고위급 회담이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다. 의제는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계속되는 핵실험으로 인한 세계적인 긴장 상황을 완화하고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측 대표를 수행하는 경호요원으로 신분을 위장한 북한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초토화시키고 대통령을 인질로 붙잡는다. 그들의 요구 조건은 동해에 있는 제7함대 및 DMZ와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 그리고 미국 내 모든 핵미사일을 통제할 수 있는 암호코드를 탈취하는 것이다. 백악관을 함락시키고 전 세계를 전쟁 위기에 몰아넣으려는 테러리스트들을 막아야 한다. 할 수 있을까.
새해가 되면 서로 덕담을 나누고 한 해 계획을 나름대로 그려 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2025년 새해엔 그럴 여유조차 없을 만큼 대한민국은 혼돈 상황이다. 과거 6·25전쟁 때도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났지만 그래도 정부 기능은 살아 있었다. 지금은 국정을 관리해야 할 대통령은 탄핵 심리 중인 상태에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 대통령대행을 맡은 국무총리마저 탄핵을 당했다. 대한민국이 건국한 이래 처음 겪는 초유의 사태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야당이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겁박할 때만 하더라도 아무리 무도한 집단이라 하더라도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하며 반신반의했다. 야당의 정치적 목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겠거니 여겼다. 하지만 야당의 공세는 엄포가 아니라 현실로 나타났다. 대통령 대행이 된 지 13일 만에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당했다.
탄핵의 명분이나 절차의 정당성 여부는 그들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안위나 경제 위기도 그들에게는 정치적 목표만큼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위기를 어떻게 피해 가느냐가 관심사일 뿐이고, 민주당을 비롯한 범 야권 의원들은 이재명의 입만 쳐다보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독립된 의견을 가진 헌법기관이라는 말은 사전에나 나와 있을 뿐, 지금의 야당 의원들에게는 어느 동네에서 개 짖는 소리 쯤으로 들리는 모양새다.
폭주 기관차처럼 정해진 선로를 따라 마냥 달리기만 하던 야당 앞에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는 직진을 가로막는 악재가 되었다. 무안공항은 건설할 때부터 효용이 있겠느냐는 논란과 철새도래지가 있어 위험하다는 시비에 휩싸였고, 개항 이후에는 이용 승객이 거의 없어 농가에서 고추나 널어 말린다는 뜻으로 ‘고추 공항’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해졌다.
정치인들이 호남의 거점 공항으로 만들겠다는 호언장담과 전라도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원해야 한다는 관료들의 무분별한 지원이 만들어 낸 괴물 중의 하나가 바로 무안공항이다. 타당성조사 당시에는 이용객 수가 연간 992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 이용객 수는 가장 많았던 해인 2019년에 국내선 20만8130명·국제선 68만7280명, 합계 89만5410명을 정점으로 이듬해인 2020년에는 국내선 2만5054명·국제선 8만7884명 등 연간 10만7938명으로 급감했다. ‘고추 말리는 공항’이란 비아냥은 헛말이 아니란 것을 보여 준 셈이다.
수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당초 예상과 실제 이용객 수는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이용객이 많을 때가 예측 수치의 겨우 9% 수준이었고 평균 2~3%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터무니없이 예측을 부풀려 사업을 밀어붙인 세력이 누구였는지 밝혀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여객기 동체 착륙 참사는 야당이 해도 너무한다는 데에 여론을 집중시켰다. 사고 수습을 지휘해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 중이고 법무부 장관·경찰청장은 탄핵 중이다. 정부의 지휘라인이 붕괴된 상황이다. 사고만 생기면 정부의 무능·무대책을 비난하며 여론을 선동했던 야당이지만 이번만큼은 정부에 책임을 돌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은 경제부총리가 재난안전본부의 일까지 떠맡아 대통령과 국무총리 대행 업무와 경제부총리로서의 본연의 업무, 사고 수습까지 지휘해야 하는 1인 4역의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출발은 거대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난동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선불복 운동이 벌어졌고, 개인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검찰 독재’ 운운하며 프레임을 씌웠다. 부처의 책임자나 수사검사들을 무차별 탄핵했고 국민의 생명과 재난·복지와 상관되는 예산을 삭감했다. 그야말로 국회의 ‘입법독재’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험난했던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은 외부의 공격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야당의 폭주는 안의 적이 준동하는 ‘내란’이다. 대한민국이 내부의 적 때문에 무너질 수는 없다. 2025년 오직 한 가지 소망은 대한민국이 정상을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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