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존슨 하원의장 “감세·국경 문제 1개 案으로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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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요 공약 한번에 처리할 크고 아름다운 법안 원해”
차기 백악관·의회 공조가 이례적 단일 법안 처리해 낼지 주목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06 15:41:22

▲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세금 감면과 불법입국 차단 문제를 1개 법안으로 묶어 처리하는 방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안의 중대성과 향후 백악관과 의회의 공조 태세를 알 수 있다. 며칠 전 트럼프의 막후 지원사격 덕분에 가까스로 자리를 지킨 마이크 존슨(오른쪽) 하원의장의 활약도 주목된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세금 감면과 불법입국 차단을 1개 법안으로 묶어 일거에 처리하는 방향을 추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공화당 당내 및 주변 비토 세력의 저항으로 고전한 트럼프1기 때와 달리 향후 백악관과 의회의 공조 아래 강력한 트럼프주의 리더십을 거듭 천명하는 부분이라 눈길을 끈다.

세금문제로 전쟁을 치른 끝에 독립을 쟁취해 탄생한 나라답게 미국에선 예산처리 자세로 인해 하원의장이 해임 당하는가 하면 셧다운(행정업무 중단) 사태도 종종 벌어진다. 셧다운이란 행정부 측에 허용된 일종의 대(對)의회 사보타지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이튿날 당내 동료 의원들과 의회전략을 논의하면서 “(트럼프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공약 중 불법입국 차단을 위한 국경문제를 먼저 다룬 뒤 세금 감면 연장을 별도 법안으로 추후 처리할 방침이었다. 국경문제가 시급한 것은 당연하다.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래 전임 트럼프1기 때 설치한 장벽이 철거되고 관련 예산도 대폭 깎여 그간 유입된 불법입국자가 1000만~12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와 무관치 않을 마약과 강력범죄 증가는 미국 사회를 혼돈에 빠뜨려 정권 교체의 주요 배경이 된 셈이니 만큼 우선시되는 게 당연하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이 남부 국경장벽 건설과 국경·이민 당국에 더 풍부한 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시한 것은 비교적 단순한 국경문제를 먼저 처리해 중간선거 전에 확실한 성과를 내자는 전략이었다. 복잡한 세금 문제를 함께 다루다 보면 불가피한 논의와 조율 과정으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유권자로부터 걷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란 이렇게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이슈이며 필요할 때 치열한 투쟁을 벌여야 할 기회로 인식된다.

한편 하원 세입위원회의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 등은 감세를 별도 법안으로 다루면 나중에 아예 통과시키지 못할 위험이 있다며 임기 초반에 하나로 묶어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당내 분열이 생길 경우 법안 처리를 자신할 수 없으니 정치 동력이 충분한 초반에 세금 감면을 연장해 두자는 논리다. 트럼프1기인 2017년부터 세금 감면이 가능해졌으나 연장을 못하면 올해 말 종료된다. 고용을 창출할 기업을 살릴 방안이기에 이 또한 가볍게 여길 수 없다.

CNN은 트럼프 팀이 최근 의회의 임시예산안 처리나 하원의장 선출 투표를 보면서 공화당에서 두 개의 법안을 천천히 감당할 여유가 매우 작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결과로 풀이했다. 전임 하원의장인 공화당 케빈 매카시 의원이 취임할 때 15번이나 투표를 거쳐 겨우 그 자리에 올랐고, 심지어 민주당 정부의 국내외 퍼주기식 예산안에 협조적이라며 반발한 당내 강경파 주도로 작년 10월 해임 당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 역시 모두에게 생생한 기억이다.

물론 국경과 세금 감면을 하나로 묶든 별도로 처리하든 민주당 협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예산 조정’(reconciliation) 과정을 활용하겠다는 게 공화당 측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이 절차를 적용하면 상원에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활용할 수 없게 돼 공화당의 과반 의석만으로 순조롭게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다만 하원에선 여의치 않을 수 있다.

현재 상원(공화 53석·민주 47석)과 달리 하원에서 공화당은 당분간 불안한 우위(217:215석)를 견뎌야만 한다. 조만간 트럼프2기 행정부에 합류할 의원 두 명이 자리를 비우면 2년 후 중간선거 겸 보궐선거 때까지 안정적 하원 운영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반란표 2명만으도 다수당 구도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WSJ은 분주한 임기 첫해의 의회 분위기와 일정을 들며 공화당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분명한 점은 감세·국경 건의 단일 법안 처리 시도 자체가 파격적이며 이 사안의 중대성과 이를 위한 트럼프2기의 각오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내 노골적인 반트럼프 인사들이 이미 퇴출된 상태이긴 하나 의원들 저마다의 정치적 목표를 만족시킬 정책적 균형을 찾으려면 수개월의 섬세한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 CNN도 거대한 법안은 협상에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되며 공화당 측에 도전적 과제일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트럼프 지원사격에 힘입어 재선한 존슨 하원의장의 활약이 주목된다. 며칠 전 119대 의회 첫 날 하원의장 투표 때 트럼프가 막후에서 움직여 이탈표를 수습하지 않았다면 의장직 재선을 놓칠 뻔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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