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8인 체제를 갖추어 헌법재판소법상의 심판 정족수 7명을 채우게 됐다. 지난해 10월17일 재판관 3명의 퇴임 이후 초래된 유례없는 헌법재판소 마비 상태가 77일 만에 해소된 셈이다.
그런데 이 기간 중 12.3 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통령뿐 아니라 법무부 장관·경찰청장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겸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줄줄이 탄핵되었다. 그 이전에 접수된 손준성 검사와 방송통신위원장·감사원장 등에 대한 탄핵 건까지 포함하면 무려 10건이 쌓였다. 탄핵 건에서 파생된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까지 포함하면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이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8년 만에 또 다시 탄핵 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사정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헌법재판소 마비 상태에서 탄핵소추가 몰렸다는 점이 그렇다. 탄핵 건 등으로 다른 사건 심리는 엄두도 못 낼 지경이다.
그런데 이 사태는 모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래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정상적인 기관이라면 재판소를 마비시켜 놓고는 마치 쓰레기 던지듯 탄핵 소추를 남발한 민주당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 탄핵 소추 이전까지는 그랬다.
앞서 말했지만 지난해 10월17일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명이 한꺼번에 퇴임했는데 정상적인 국회라면 그 전에 신임 재판관 선출을 마쳐 놓았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3명 중 1명은 여야가 합의해 선출하는 관례를 거부하고 자기들이 추천하겠다고 하면서 재판관 선출 절차 진행을 아예 뭉개 버렸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심판 정족수 미달로 사실상 마비가 됐던 것이다.
여당과 제1야당 추천 몫 2명은 일단 선출해서 재판 공백만큼은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조차 거부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8월2일 탄핵 소추되어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공석을 장기간 끌고 가고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MBC 사장 교체를 막으려 한 것이다.
그래서 곧 마비될 헌법재판소가 이미 마비된 방통위를 심판하는 옷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참다못한 헌법재판소가 방통위 대리인 측에 심판 정족수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이라도 낼 것을 암시했다 이에 가처분을 내자 헌법재판소가 즉시 인용했다. 헌법재판소가 스스로를 구한 셈이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2일의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 첫 변론에서 헌법재판소는 ‘합의가 안 되면 국회는 아무 결정 안 하냐’며 국회 측 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꾸짖었다. 실제로는 방통위 위원 중 국회 몫 3인 추천을 미루는 방법으로 의결 정족수 미달을 초래한 민주당을 꾸짖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 소추를 기점으로 헌법재판소가 노골적으로 민주당을 편들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탄핵할 결심을 한 듯한 인상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우선 6인 체제에서 방통위원장 탄핵 건 외에 다른 사건도 심리하고 나아가 결정까지 하는 것이 가능하냐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언급한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결정은 방통위원장 사건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그런데 작년 12월17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출석해서 ‘6인 체제 심리에 어떠한 법적 문제도 없다’면서 가처분 결정의 효력이 모든 사건에 미친다는 식으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헌법재판관들이 합의한 입장도 아니었다.
그리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헌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을 다름 아닌 민주당이 반대한 선례가 있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권한대행에게 국회 선출 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압박한 것은 명백히 모순되는 처사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이에 동조했다는 것은 중립을 지켜야 할 재판소가 민주당에 부역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사무처장을 당장 징계해도 시원찮은데 헌법재판소는 침묵을 지켰다.
오는 4월 퇴임을 앞둔 이미선 재판관 주재로 1월2일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기일에는 민주당 편향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탄핵소추 사유의 가장 핵심인 내란죄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제외하는 것을 이미선 재판관이 덜컥 받아 줬다. 그래 놓고는 수사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이 있음에도 국회 측(실은 민주당)의 수사기록에 대한 증거 신청을 수용해 주었다. 내란죄에 대한 법률 판단을 소추 사유에서 삭제하겠다면서 내란죄 수사 기록은 보겠다면 이는 그야말로 모순 아닌가. 그런데 이를 헌법재판소가 허용한 것이다.
40·50 세대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데 헌법재판소 중견 연구관들의 성향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입각해 판단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애국 시민들은 광화문에만 머물지 말고 헌법재판소 앞으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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